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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듯 너를 본다

꽃과 단상-07 / 어버이날 선물 받은 부바르디아

by 날마다꿈샘


며칠 전 어버이날, 외출했다 돌아와 보니 식탁에 화분 하나가 얌전히 놓여 있었다. 둘째 아이의 선물이었다.

진분홍빛 꽃을 피운 작고 앙증맞은 부바르디아. 그 꽃이 내 손에 들리는 순간, 어쩐지 마음이 뭉클해졌다.


나는 그 화분을 세 개로 나누어 다시 심었다.

줄기를 조심히 나누고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손끝에 신경을 모아 옮겨 심는 그 순간이 묘하게 소중했다.



베란다 양지바른 곳에 나란히 두고 물을 주며 매일 바라본다. 며칠 새 꽃봉오리 몇 개가 화사하게 꽃망울을 터뜨렸다. 가만히 꽃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울컥'한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은 요즘 감정의 파도가 잦다. 사춘기라기엔 조금 늦은 듯하지만, 갈수록 더 깊고 거센 마음의 풍랑을 만나는 것 같다.


순간순간 격해지는 감정에 나도 가끔 휘청인다. 말이 상처가 되고, 상처는 다시 말이 되어 나에게 돌아올 때면,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자책하다가도, ‘이 시기를 잘 건너야 할 텐데’ 싶은 걱정이 앞선다.


부바르디아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이 꽃은 햇빛을 좋아한다. 물은 너무 자주 주지 않는 게 좋다. 겉흙이 말랐을 때 물을 흠뻑 주기만 하면 된다. 이 식물은 거칠지 않다. 많은 걸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꽤 오래 꽃을 피운다. 키우기는 쉽지만 섬세한 균형이 필요하다.




마치 지금의 둘째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걸 주고 싶지만, 오히려 너무 과한 관심은 짐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부바르디아 꽃말이 '열정, 열정적인 사랑, 영광과 기쁨, 희망과 낙관'이다. 그 꽃말처럼 낙관적인 마음으로 그저 지켜보며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겠다. 햇빛이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는 일. 너무 지칠 땐 조용히 물 한 컵 내어주는 일. 말없이 꽃 피우는 날까지 기다리는 일. 그리고 열정적으로 영원히 사랑해 주는 일.


부바르디아처럼 아이도 언젠가 자기만의 꽃을 피울 것이다. 그날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물을 준다. 감정을 조율하며 나의 말과 표정을 가다듬는다. 사춘기 아이를 키운다는 건 사랑을 더 깊이 배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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