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단상-09 / 깻잎을 닮은 수국
나는 개그우먼 이수지를 좋아한다.
드라마 '도깨비'와 영화 '파묘'에 출연했던 배우 김고은부터 가수 싸이와 이소라, MZ 17세 교포 제니, 휴대폰 통화하는 중년 여성, 린자오밍, 강남 제이미맘, 성형외과 실장까지. 그녀는 누구든 찰떡같이 소화해낸다. 목소리, 표정, 말투, 심지어 눈빛까지 어쩜 그렇게 찰떡같이 소화하는지...
지독히도 잘하는 그녀다.
개그맨 정성호 역시 가수 장기하와 임재범을 똑같이 모사한다. 자세히 봐야 구분할 정도로 외모도 목소리와 제스처도 닮아있다. 그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모방이란 어쩌면 예술에 가까운 기술이다.
길을 가다 어느 가게 화단에 꽂혀 있는 팻말을 보고 빵 터진 적이 있다.
깻잎 아님
수국꽃잎이에요
언뜻 보니 그 꽃 이파리가 흡사 깻잎 같았다. 꽃이 피니 수국이라는 걸 알 수 있겠는데 꽃이 없다면 영락없이 깻잎이라고 오인할 만했다.
세상엔 가짜들이 판친다. 사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목적으로 짜가들이 진짜를 사칭한다. 거기에 홀랑 속아넘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재미있게 봤던 '미지의 서울'이라는 드라마에서는 외모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 미래와 미지가 서로 삶을 바꿔 산다. 외모만 보고 처음에는 사람들이 다 속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짜가 아닌 가짜들은 뭔가가 어색하고 밑천이 드러나게 되고 결국 발각되게 되어있다.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에서도 얼굴이 꼭 닮은 왕과 광대가 바꿔치기 인생을 살았고 이런 설정은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종종 쓰인다.
이처럼 '도플갱어'는 종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흥미로운 장치로 쓰이지만 현실에서도 모방은 진짜를 이길 수 없다.
아무리 정교하게 흉내 내도 진짜는 결국 드러난다. 가짜는 완벽해 보일 수는 있어도, 온전히 진짜가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진짜’는 단지 겉모습이나 기술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삶의 시간, 진심, 고유한 결이 있기 때문이다.
가짜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남의 삶을 베껴서는 결국 자기 자리에서 설 수 없고, 타인의 껍데기를 입은 채로는 자신을 온전히 살아낼 수 없다.
진짜는 느리더라도 결국 살아남는다. 가짜는 빠를 수 있어도 끝내 무너진다. 우리는 서툴러도 모자라도 진짜여야 한다. 진짜는 단 하나뿐인 나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