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 아무도 없는 집에 간다》ㅡ24
토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오늘은 꼭!”**이었다.
전날 밤, 지친 몸에도 다짐했었다. “오늘은 애들이랑 제대로 놀아야지.”
아톰도, 꼬미도 매번 같은 코스, 이제는 흥미를 잃은 듯한 느낌이다
작은 식탁 위엔 바나나 두 개, 삶은 달걀, 그리고 휘낭시에와 방울토마토 10개
휘리릭.. 대충 팩에 집어넣는다.
애들은 아직 자고 있었고, 그 사이 나는 조용히 전쟁 준비하듯 가방을 챙긴다.
간식이랑 물, 담요랑 티슈, 강아지용 발 세척제, 여분 옷까지.
일단 빨리 이 집 밖을 나가야 했다. 머뭇거리면 안 된다.
아침 햇살이 방 안을 따뜻하게 덮을수록, 소파는 나를 향해 속삭인다. “한 시간만
더 있다 가자… 여기 누워.. 어서, " 고개를 절레절레"
나는 안다. 그 유혹에 한 발 걸치면, 이내 온몸은 무게추처럼 침대와 한 몸이 되고,
아이들과의 약속은 슬그머니 ‘다음 주’라는 말로 미뤄지기 십상이다.
몸은 여전히 피곤했다. 팔다리는 뻣뻣하고, 묵직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빨리, 생각 그만! 행동 개시!!
“몰라, 그냥 나가. 일단 나가고 보자.”
오늘은 동네 한 바퀴가 아니라, 애들 눈에 진짜 ‘세상’을 보여 주겠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출발 직전,
지하 주차장. 트렁크 뒷문이 열리자, 그 순간, 아톰은 후다다닥"차 뒤쪽으로 뛰어올라가더니
턱 하니 자리를 잡는다. “어, 오늘 뭔가 다른데?”갸우뚱하며 눈을 굴리는 꼬미와,
신난 듯 창밖을 내다보는 아톰. 벌써부터 기대감이 느껴진다.
인천공항 전용도로를 타고 달린다.
시끄럽게 떠드는 라디오 속 DJ의 목소리도 오늘은 왠지 거슬리지 않는다.
아톰은 귀를 쫑긋 세운 채 꼬리를 살랑거린다,
꼬미는 내 무릎 위에 앉아 하품을 하며 졸기도 했다.
북적이는 을왕리 해수욕장을 지나 선녀바위 쪽으로 더 간다. 그곳에
내가 예전에 봐두었던 조용한, 한적한 장소가 있다.
두리번두리번 , 조용한 걸 확인하고 차 문을 열었다.
“자, 나가봐!”
문이 열리자마자 아톰은 모래사장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간다
뒤이어 꼬미도 폴짝 뛰며 따라나섰다.
아톰은 갈매기 떼를 발견하곤, 천성이 깨어난 듯 미친 듯이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갈매기들은 놀라서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올랐고, 아톰은 두 발을 높이 들어 올리며
그 뒤를 따라다닌다,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귀엽던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꼬미는 반대로 조용한 탐색가였다.
모래를 킁킁대며 발끝을 조심스레 내딛고, 조개껍데기를 입에 물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모래밭에 등을 문지르며 데굴데굴 굴렀다.
눈은 실눈처럼 접히고, 입꼬리는 자연스레 올라갔다. 행복해 보인다. 정말로.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적당했고, 마음은 잔잔했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그 바다는, 우리 셋에게 온전히 허락된 우리만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저 앉아서, 웃으며, 애들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따뜻하게 비추던 햇살이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이제 그만 무대를 내려올 시간이라며 조명을 하나씩 거둔다.
바닷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애들은 지친 듯 조용히 뒷좌석에 누워 잠들었고, 나는 조심스럽게 속도를 낸다.
이 평온한 여운이 조금 더 오래가길 바라면서. “그래, 이거지. 이게 내가 바라던 하루였지.”
오늘 하루 애들한테 미안했던 감정이,
매번 바빠서 챙겨주지 못했던 마음의 무게가, 그 파도 소리와 함께 조금은 씻겨 내려간 것만 같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내일을 살아갈 힘을 충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