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턴트맨의 시선으로 본 유쾌한 영화/드라마 평론
한가한 오후, 오늘은 괜히 마음이 글적글적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오늘만큼은 Film Columnist 흉내 좀 내보려 한다. 이동진 평론가처럼 말이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스크린을 해석해 본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오늘의 나는 비공식 영화 평론가. 한자카"다
나레이션(Narration)
왜 우리는 ‘중년 남자와 어린 소녀’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 없을까?
한쪽은 완전히 망가진 중년 남자. 다른 한쪽은 세상에 너무 일찍 상처받은 어린 소녀.
둘 사이엔 로맨스도, 혈연도 없지만, 우리는 그 관계에 자꾸 시선이 멈춘다.
왜일까?
어쩌면, 그건 회복에 대한 우리의 갈증 때문일지 모른다. 삶에 치여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는
어른들이 예상치 못한 ‘순수함’ 앞에서 조금씩 다시 사람이 되어가는 이야기.
그 흐름이 우리를 위로한다.
우리가 더 이상 순수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그 순수함에 구원받는 판타지를 대신 보고 싶어진다.
《레옹》
레옹과 마틸다
—
말없는 킬러, 가족을 잃은 소녀.
총과 물뿌리개 사이에서 생긴 가장 이상하고 순수한 동거.
레옹은 킬러다. 말수 없고 친구는 아글라오네마(Aglaonema) 화분 하나.
그런데 어느 날, 마틸다라는 12살 소녀가 등장해서 말도 안 되는 말을 한다.
“총 쏘는 거.. 알려줘요.”
일반 영화 같으면 이상한 장면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걸 납득시킨다.
총을 가르치는 대신 우유를 데워주고, 방아쇠 대신 물뿌리개를 잡는다.
《아저씨》
차태식과 소미
—
모든 걸 끊고 세상과 단절된 남자, 세상에 방치된 아이.
원빈, 아니 차태식에게 소미가 묻는다. “아저씨, 왜 혼자예요?”그 말이 칼보다 날카롭다.
소미가 납치되자, 태식은 폭발한다.
창고, 밀매조직, 건물 하나를 통째로 부수고 , 단 하나의 아이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건다
이걸 보고 “와 액션 미쳤다”라고 하지만, 진짜 눈여겨봐야 할 건 액션이 아니라 동기다.
지키고 싶다는 욕망은 때론 사랑보다 강하다.
《나의 아저씨》
동훈과 이지안
ㅡ
무너져도 티 내지 않는 중년 회사원. 말도 없고 웃지도 않는 20대 여자계약직.
이 드라마는 정반대다. 무기도 없고, 눈물도 크게 없다. 대신 가만히 견디는 사람들만 있다.
둘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당신도.. 힘들죠?”말 한마디 고백도 없이,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 서로를 붙든다.
연애? 없다. 가족? 아니다. 아무 사이도 아니다.
이건 “서로의 고립을 지켜봐 주는 관계”다. 지켜주는 게 아니라, 같이 견디는 것.
*《나의 아저씨》*는 그런 의미에서 가장 현실적인 전투. 총도 칼도 없는 액션 드라마다.
이 세 이야기는, 모두 망가진 어른의 회복극이다.
지켜야 할 존재가 나타나자 남자는 다시 살아갈 이유를 얻는다.
그 대상이 ‘어린 소녀’라는 점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종종 이런 이야기엔
**로리타 콤플렉스(Lolita Complex)**라는 딱지가 붙는다.
하지만, 잠깐만. 이건 그런 얄팍한 성적 환상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망가진 어른의 구원 판타지”다.
인생이 끝난 것 같은 순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존재를 지키고 싶어지는 그 감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도 아직 괜찮은 사람일 수 있다’는 희미한 믿음이 생긴다.
그 믿음이 남자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 다들 조금씩 부서져 있다. 관계도, 감정도, 자존감도.
그런 시대에
“누군가를 지킨다”는 감정은
결국 내가 나를 지키고 싶다는 욕망일지도 모른다.
레옹은 꽃을 남겼고, 차태식은 아이를 안았고, 동훈은 미소를 남겼다.
그건 모두 같은 말이다.
“나는 다시 괜찮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 하나에 세 남자도, 우리도, 조용히 숨을 멈춘다.
그래서 나는, 그 감정을 어쩐지 알 것 같아서—
오늘도 그 이야기들을 다시 꺼내본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회복에 가까운 감정.
그건 단순한 클리셰도 아니고, 로맨스는 더더욱 아니다.
그리고 이 착각은, 은근히 위험하지만 지독하게 치유적이다.
그 믿음 하나가
오늘도 나를,
조용히 스크린 앞으로 끌어당긴다.
《레옹 (Léon: The Professional)
• 개봉연도: 1994년
• 감독: 뤽 베송
• 주연: 장 르노, 나탈리 포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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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The Man from Nowhere)
• 개봉연도: 2010년
• 감독: 이정범
• 주연: 원빈, 김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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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My Mister)
ㆍ방영연도: 2018년 (tvN 드라마, 총 16부작)
ㆍ감독: 김원석
ㆍ주연: 이선균, 아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