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5천짜리 소모품"[제네시스 G90]

[제네시스 G90] 시승기, 리뷰, 정보 없음 X

by 한자카


Chapter06.


1억 5천짜리 소모품"


[제네시스 G90] 시승기, 리뷰, 정보 없음 X


새 차가 도착했다.

렌트 기간이 끝나, 같은 사양의 새 차로 바뀌는 날이다. 번호판만 다르고, 속은 그대로인 차.

제네시스 G90 풀옵션"국내 최고급 세단이라 부르지만, 이 안에선 그냥 업무용"이다.

가격은 대충 1억 5천만 원 정도. 하지만 겉보기엔 그저 그런, 익숙하고, 아주 평범하다.


그래서다.

이 차는 의외로 ‘조용히 타기 위한 차’다. 외제차든, 수입 고급 SUV든, 뭐든 살 수 있는

사람이 굳이 이 차를 선택하는 이유“.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최고의 옵션을 가진 평범함.” 겉으론 눈에 띄지 않지만, 안엔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는 차.


새 차가 도착하면 먼저 할 일은 내부 확인.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건 새 차 특유의 냄새보다 도배된 비닐이었다.


시트, 핸들, 센터페시아, 심지어 헤드레스트 뒤쪽까지 비닐이 겹겹이 붙어 있다.

뜯고 또 뜯고, 한참을 벗겼지만 마지막엔 뒷좌석 컵홀더 아래에서 얇은 필름 한 장이 더 나왔다.


회장님은 여느 때처럼 담담하다.


“왔어?”

“네, 방금 들어왔습니다.”

“뭐, 이상 없지?”

“새 차니까요.”

“기름은 넣었어?”

“아직이요.”

“그냥 넣어. 휘발유 싼 거, 아무거나.”

그리고 덧붙이신다.

“세차도 귀찮으면 그냥 기계세차 돌리고.”


… 이게 다다.

내가 생각했던 ‘새 차’의 이벤트성은 없다.


기분 좋은 냄새를 맡는다든가, 핸들을 쓰다듬는다든가, 그런 장면은 없다.

그저 쓰던 물건이 바뀐 것이고, 전보다 기능이 조금 더 개선되었는지 아닌지조차 관심이 없다.


문득 떠오른다.

예전의 사장님. 그분은 차를 하나의 인격체처럼 다루셨다.

출근 전에는 손세차, 주유소에선 늘 고급유. 조수석에는 늘 극세사 천이 놓여 있었고,

차 문을 닫을 때도 ‘살짝’ 닫으라는 지시가 있었다. 나보다 차가 먼저 컨디션을 체크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회장님은 그냥 쓰고, 필요하면 바꾸고,

때 되면 넘기고, 또 오면 쓰고—기계는 기능만 하면 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회장님은 내게 말했다.

““그걸로 그냥 출퇴근해. 주차장에서 차 바꿔 타고 넣었다 뺐다 하면 그게 더 일이지"

난 ”네.. 배려 감사합니다 “하고 대답한다. 고맙지만, 이상하게.. 편안한 불편함이다.

나는 여전히 내 차로 출근한다.


물건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가 슬쩍 드러난다.

의미보단 실속, 감정보단 판단, 관계보단 능력, 그리고 필요 없으면 정리하는 단호함 “


누군가에겐 물건이 곧 ‘정체성’이다.

브랜드, 가격, 디자인 그걸 들고나가면 오늘 하루 내 존재감은 보장된다.

반면 또 누군가에겐 물건은 그저 ‘소모품’이다. 쓰다 보면 닳고, 닳다 보면 버려지고,


나는 안다. ‘한과장~’ 하고 불릴 때마다 내 역할은 딱 정해져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냥 소모되고 버려지는 부속품은 되지 않을 거다.

한 번 쓰고 버리기엔 너무 독특하고, 잊으려 해도 자꾸 떠오르는,

그런 ‘문제적 소모품’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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