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90] 시승기, 리뷰, 정보 없음 X
[제네시스 G90] 시승기, 리뷰, 정보 없음 X
새 차가 도착했다.
렌트 기간이 끝나, 같은 사양의 새 차로 바뀌는 날이다. 번호판만 다르고, 속은 그대로인 차.
제네시스 G90 풀옵션"국내 최고급 세단이라 부르지만, 이 안에선 그냥 업무용"이다.
가격은 대충 1억 5천만 원 정도. 하지만 겉보기엔 그저 그런, 익숙하고, 아주 평범하다.
그래서다.
이 차는 의외로 ‘조용히 타기 위한 차’다. 외제차든, 수입 고급 SUV든, 뭐든 살 수 있는
사람이 굳이 이 차를 선택하는 이유“.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최고의 옵션을 가진 평범함.” 겉으론 눈에 띄지 않지만, 안엔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는 차.
새 차가 도착하면 먼저 할 일은 내부 확인.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건 새 차 특유의 냄새보다 도배된 비닐이었다.
시트, 핸들, 센터페시아, 심지어 헤드레스트 뒤쪽까지 비닐이 겹겹이 붙어 있다.
뜯고 또 뜯고, 한참을 벗겼지만 마지막엔 뒷좌석 컵홀더 아래에서 얇은 필름 한 장이 더 나왔다.
회장님은 여느 때처럼 담담하다.
“왔어?”
“네, 방금 들어왔습니다.”
“뭐, 이상 없지?”
“새 차니까요.”
“기름은 넣었어?”
“아직이요.”
“그냥 넣어. 휘발유 싼 거, 아무거나.”
그리고 덧붙이신다.
“세차도 귀찮으면 그냥 기계세차 돌리고.”
… 이게 다다.
내가 생각했던 ‘새 차’의 이벤트성은 없다.
기분 좋은 냄새를 맡는다든가, 핸들을 쓰다듬는다든가, 그런 장면은 없다.
그저 쓰던 물건이 바뀐 것이고, 전보다 기능이 조금 더 개선되었는지 아닌지조차 관심이 없다.
문득 떠오른다.
예전의 사장님. 그분은 차를 하나의 인격체처럼 다루셨다.
출근 전에는 손세차, 주유소에선 늘 고급유. 조수석에는 늘 극세사 천이 놓여 있었고,
차 문을 닫을 때도 ‘살짝’ 닫으라는 지시가 있었다. 나보다 차가 먼저 컨디션을 체크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회장님은 그냥 쓰고, 필요하면 바꾸고,
때 되면 넘기고, 또 오면 쓰고—기계는 기능만 하면 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회장님은 내게 말했다.
““그걸로 그냥 출퇴근해. 주차장에서 차 바꿔 타고 넣었다 뺐다 하면 그게 더 일이지"
난 ”네.. 배려 감사합니다 “하고 대답한다. 고맙지만, 이상하게.. 편안한 불편함이다.
나는 여전히 내 차로 출근한다.
물건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가 슬쩍 드러난다.
의미보단 실속, 감정보단 판단, 관계보단 능력, 그리고 필요 없으면 정리하는 단호함 “
누군가에겐 물건이 곧 ‘정체성’이다.
브랜드, 가격, 디자인 그걸 들고나가면 오늘 하루 내 존재감은 보장된다.
반면 또 누군가에겐 물건은 그저 ‘소모품’이다. 쓰다 보면 닳고, 닳다 보면 버려지고,
나는 안다. ‘한과장~’ 하고 불릴 때마다 내 역할은 딱 정해져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냥 소모되고 버려지는 부속품은 되지 않을 거다.
한 번 쓰고 버리기엔 너무 독특하고, 잊으려 해도 자꾸 떠오르는,
그런 ‘문제적 소모품’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