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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희 Dec 16. 2022

나쁜 놈 때문에 내가 산다.


"샘~ 경제 뜻이 뭐예요?"

"샘~ 이 한자 어떻게 써요? 이리 좀 와봐요"

"샘~ 오늘 저희 엄마한테 문자 할 거예요?"

요즘 내가 듣는 초등학생의 말들이다.


예의가 살아지는 학교 현장이다.

선생님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친구처럼 생각하며 편하게 질문하고 공부하는 것은 좋은데 넘지 말아야 하는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선생님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샘"이라고 부른다. 나는 절대 이 용어를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매번 지적을 한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나를 부르지 않지만 아직도 입버릇처럼 남아있어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처음부터 "샘~"이라고 부르고 다시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학생들이 많다.

언어는 그 사람의 사상을 대변하는 척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연히 나도 말을 신중하게 하며 학생들을 지도한다.




어제도 예의 바르지 못한 한 학생 때문에 한참을 힘들었었다. 

다음 시간 수업을 바로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분했고 이런 대접을 받고 이 학교에서 내가 근무를 해야 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매번 태도를 지적받는 학생이다. 그런데도 매번 고쳐지지 않는다. 항상 그 자리다.

학생 부모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 그 부모에 그 학생인 것인지... 

아직 답변을 줄 만한 결과물이 안 나와서 침묵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인간관계가 살아가면서 제일 힘들다고들 말한다. 

지난날들을 기억해보면 나는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 한 층 성장했고 포기라는 것을 배웠던 것 같다.

신혼 초에 나도 모른 사이에 남편이 카드 돌려막기를 해서 한 번도 보지도 못하고 써본 적 없는 엄청난 빚을 내가 갚아야만 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나는 더 허리띠를 졸라매며 경제공부를 했고, 재테크를 해서 지금의 자산이라도 가지게 되었다. 만약에 남편만 믿고 가정주부로만 살았다면 나는 지금처럼 경제에 관심도 없을 것이고 내 이름으로 된 재산을 가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경험을 신혼 초에 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쁜 집주인을 만나서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언듯 듣기에 무슨 말인가 했는데 잘 생각해보니 나도 이런 경험이 있는 것 같다.

결혼 5년 차에도 전월세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집주인이 우리 집으로 찾아와서 대뜸 계약이 만료되지 않은 시점인데 3개월 안으로 집을 비워달라고 했다. 

요지는 집주인이 현재 사는 곳이 재개발지역으로 선정되어서 곧 그곳에서 나와야 하는데 갈 곳이 없어서 지금 내가 사는 집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사금 60만 원을 줄 테니 3개월 안에 나가 달라는 것이다. 정말 하늘이 노랬고 앞이 캄캄했었다.

갑자기 돈에 맞춰서 집을 구하려니 집이 없었다. 퇴근하며 아파트에 불 켜진 야경을 보면서 울었던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이렇게 수많은 집들 중에서 내가 살 곳이 없다는 것이 너무 슬프고 분했다. 

어렵게 집을 구했는데 다시는 이런 쫓겨남을 당하지 않기 위해 빚을 내서 내 집 마련을 했다. 

정말 기뻤었다. 태어나서 내 집을 가지게 된 것이 처음이었다. 그 당시 남편은 카드 돌려막기로 신용불량자이어서 오롯이 내 이름으로 된  내 집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만약에 집주인이 3개월 안에 나가라고 하지 않았다면 나는 내 집 마련을 훨씬 뒤에 했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땐 그렇게 야박하게만 느껴졌던 집주인에게 되려 감사하기까지 하다.

그 이후로 이사를 또 해서 집 평수도 늘리고 자산도 늘렸다. 




지금 현재 느끼는 고통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 고통이 끝나면 반드시 더 좋은 선물이 있다. 

순탄치 않던 결혼생활도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능력이 많은 여자로 만들었다.

둘이지만 혼자 가정을 이끌 수밖에 없는 결혼 생활이었다.  나는 우리 집의 가장이었다.

그 힘든 어깨의 짐을 잘 감당한 덕분에 훗날 나는 더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었고 현재 너무 자유롭게 살고 있다. 


"비관론자는 어떠한 기회에서도 난관을 본다.

낙관론자는 어떠한 역경 속에서라도 기회를 본다"라고 윈스턴 처칠이 말했다. 

나는 낙관론자다.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기회를 보고자 한다. 

늘 그랬듯이 어제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 나에게 선생님의 자질을 더 높이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잘 참아낸 나에게 칭찬한다.

나쁜 놈들 덕분에 내가 또 성장했다. 지옥을 만드는 방법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하면 되고, 천국을 만드는 방법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 된다고 했다.

내가 더 사랑하고 보듬고 품어야겠다.  내가 네 덕분에 사람이 되어간다. 고맙다. 




40대 중반을 넘어서 곧 50이 됩니다. 

하루하루가 소중합니다.  

사는 이야기를 통해서 나를 돌아보는 이야기를 글로 기록합니다. 

중년을 위한 자기 계발서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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