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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희 Jul 22. 2023

돌아가는 것이 가장 빠를 수 있다.



故迂其途而誘之以利 後人發 先人至

고우기도이유지이리 후인발 선인지

此知迂直之計者也.

차지우직지계자야



그러므로 그 길을 내가 멀리 돌아가더라도 적에게 이로운 듯이 유인하여

적보다 늦게 출발하고도 더 빨리 도착하는 것이니

이것을 ‘우직지계(迂直之計)’를 아는 것이라고 한다.

<손자병법>






<손자병법>에서 소개한 ‘우직지계(迂直之計)’병법은 곧장 가는 것보다 우회하는 것이 낫다는 계책으로 가까운 길이라고 곧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병법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의미처럼 때로는 돌아가는 길이 빨리 가는 길일 수 있습니다. 교통이 막힐 때 우회해서 돌아갔을 때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했던 경험들이 한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영국의 군사이론가 리델 하트는 자신이 집필한 <전략>에서 280개의 전쟁을 연구한 결과 직접 공격해서 승리한 경우는 불과 6개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돌아서 공격하는 간접 공격으로 승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모두가 쉽게 예상되는 직진의 길에는 지뢰와 장애물과 병력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지만, 돌아가면 이러한 적의 저항이 적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과 사는 인간사도 이와 비슷합니다.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곧바로 달려들면 일이 잘 풀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돌아가고 양보하고 손해를 보았을 때 결국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이로움이 있거나 목적을 빨리 도달할 수 있습니다.





‘우직지계’의 지혜로 임금을 깨닫게 한 이야기 하나가 있습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제나라 재상 안영(晏嬰)이 제나라 왕 경공을 모시고 사냥을 나갔습니다. 임금의 사냥감을 관리하던 사냥 지기가 부주의해서 왕이 사냥한 사냥감을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합니다. 경공이 매우 화가 나서 사냥 지기의 목을 베라고 명령을 합니다. 모두 어찌할 줄 모르고 있는데 이때 안영이 사냥 지기를 끌고 나오라고 하며 큰 소리로 사냥 지기의 죄목을 세 가지로 추궁합니다.

"너는 세 가지 죄를 범했다. 첫째는 너의 맡은 바 임무인 군주의 사냥감을 잃어버린 것이다. 둘째는 너의 잘못으로 인해서 군주가 한낱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이게 해서 부덕한 군주로 만들었다. 셋째는 이 소문이 퍼져 세상 사람들에게 한낱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인 군주라고 비난을 받게 만든 것이다."

잘 보면 안영이 사냥 지기를 추궁하는 말속에 우회적으로 임금에게 전달하고 싶은 뜻이 담겨있습니다. 결국 왕은 사냥 지기를 죽이지 않고 놓아주라고 명령을 합니다. 이 이야기처럼 안영은 자신이 모시는 군주에게 직접 맞서지 않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신하의 도리를 다하면서 군주를 바른길로 인도했습니다. 세상 일은 직진보다 곡선이 정답일 때가 있습니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속담처럼 세상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돌아가는 것이 곧장 가는 것보다 빠를 수 있습니다. 마음에 개인적인 욕심이 가득 차면 눈앞의 성과만 생각하게 됩니다. 세상을 보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지혜로운 안목을 키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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