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는 누구의 편인가.

선택할 수 없는 충성.

by 응시

궁궐에는 편이 있었다.

왕의 편, 왕비의 편, 대비의 편, 세자의 편. 궁중의 권력은 하나가 아니었다. 여러 중심이 있었고, 중심마다 사람이 있었고, 사람마다 편이 있었다. 궁녀도 예외가 아니었다.


궁녀는 입궁할 때 소속이 정해졌다. 대전(大殿)이면 왕의 궁녀, 중전(中殿)이면 왕비의 궁녀, 대비전이면 대비의 궁녀. 소속이 곧 편이었다. 왕의 궁녀는 왕의 이해를 따랐고, 왕비의 궁녀는 왕비의 이해를 따랐다. 선택이 아니었다. 배치가 곧 충성이었다.


문제는 왕과 왕비의 이해가 항상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조선 역사에서 왕과 왕비, 또는 왕과 대비 사이의 갈등은 드물지 않았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갈등, 정순왕후의 수렴청정, 순원왕후의 세도. 이 갈등의 한가운데에 궁녀가 있었다. 궁녀는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이기도 했고, 감시의 도구이기도 했다. 왕비의 궁녀가 왕의 동향을 왕비에게 전하고, 왕의 궁녀가 왕비의 동향을 왕에게 전했다.


궁녀는 이 구조 안에서 선택할 수 없었다.


자기가 모시는 주인이 권력을 잃으면 궁녀도 함께 밀려났다. 장희빈이 폐위될 때 장희빈의 궁녀들이 함께 처벌받았다. 주인의 운명이 궁녀의 운명이었다. 주인을 고를 수 없었고, 주인의 승패를 예측할 수도 없었다. 궁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배치된 곳에서 충성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충성에도 위험이 있었다.


주인에게 충성하면서 다른 편의 눈에 띄면 위험했다. 충성하지 않으면 주인에게 버림받았다. 충성해도 위험하고, 충성하지 않아도 위험한 구조. 이 구조 안에서 궁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눈에 띄지 않는 것. 드러나지 않는 것. 존재하되 존재감이 없는 것.


2편에서 다룬 침묵이 여기서 다시 작동한다. 침묵은 정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편을 드러내지 않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말하면 편이 보인다. 편이 보이면 표적이 된다.


현대 심리학에서 '충성 갈등'이라는 개념이 있다. 부모가 이혼한 아이가 겪는 것과 같다. 아버지 편을 들면 어머니에게 미움받고, 어머니 편을 들면 아버지에게 미움받는다. 아이는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다. 선택 자체가 배반이 되기 때문이다.


궁녀의 충성 갈등은 이보다 더 극단적이었다. 아이의 충성 갈등은 사랑의 문제다. 궁녀의 충성 갈등은 생사의 문제였다. 잘못된 편에 서면 유배되거나 죽었다.


이 구조가 궁녀들 사이의 관계를 결정했다.


같은 전각에 소속된 궁녀는 동료였다. 그러나 전각 사이의 궁녀는 잠재적 적이었다. 왕비의 궁녀와 대비의 궁녀가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둘 사이에는 예의가 있었지만 신뢰는 없었다. 예의는 형식이고, 신뢰는 관계다. 형식은 있으나 관계는 없는 사이. 궁궐은 이런 사이로 가득 차 있었다.


궁녀가 진짜 편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자기 주인에게 진심으로 충성했는지, 아니면 생존을 위해 충성하는 척했는지. 기록은 궁녀의 행동을 남겼다. 궁녀의 마음은 남기지 않았다.


충성이 선택이 아닐 때, 그것을 충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배치된 곳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은 충성인가, 복종인가. 둘의 차이는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다. 마음이 있으면 충성이고, 마음이 없으면 복종이다.


궁녀의 마음이 어디에 있었는지, 기록은 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