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칸생각
아침은 늘 비슷하게 시작된다.
빵이 오븐에서 식어 가고
삶은 계란 껍데기가 벗겨지고
사과와 양배추, 당근, 파프리카, 브로콜리가 한 접시에 모인다.
커피가 내려오는 동안
부엌에는 하루 중 가장 부드러운 소리가 흐른다.
칼이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
접시가 닿는 소리
물이 끓는 소리.
건강을 챙기려 시작한 아침 식사는
어느새 우리 집의 의식이 되었다.
그리고 이 의식에는
중요한 참여자가 한 명 있다.
우리 집 강아지, 둘리다.
재밌는 건
둘리가 식탁 옆에서 기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준비가 시작되면 오히려 위층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자고 있는 막내를 깨운다.
앞발로 톡톡 건드리고
반응이 없으면 얼굴을 들이밀고
문이 닫혀 있으면 노크까지 한다.
마치
“일어나, 곧 시작이야.”
라고 알려주는 조용한 알람 같다.
놀아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감시다.
귀는 아래층을 향해 있다.
도마 소리의 속도,
접시가 놓이는 횟수,
커피 머신의 마지막 숨소리까지 확인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식탁 위에 접시와 포크, 젓가락이 놓이는 소리가 나면
둘리는 귀신처럼 내려온다.
계단을 급히 내려와
자기 의자 앞에 멈추고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올려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둘리에게 아침 식사는 단순한 간식 시간이 아니다.
방식이 있다.
빵은 손으로,
과일과 야채는 젓가락으로.
순서가 틀리면 고개를 돌린다.
“그건 아니야.” 하는 표정으로 먹기를 거부한다.
사람이 먹는 방식을 관찰해 배운 규칙이다.
신기하게도 직접 먹을 수 있어도
식탁 위 음식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반드시 사람이 건네야 한다.
가끔 떨어진 것만 예외다.
그건 규칙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로 이해하는 듯하다.
우리는 건강을 위해 아침을 차리고
둘리는 관계를 위해 그 자리에 앉는다.
커피 향 사이에서 우리는 하루를 시작하고
둘리는 가족이 모두 모였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아마 둘리에게 아침 식사는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가족의 출석을 확인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접시 소리가 나면
누구보다 먼저
둘리가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