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바시키르 여행기 <6>
바시키리야(Bashkiriya)의 수도 우파에서 6월 1일 오후 5시가 되기 전 출발했다. 1년에 딱 하루, 내일 열린다는 전통 축제를 보러 길을 나섰다. 목적지까지 350km. 대략 4~5시간쯤 걸린단다.
그런데 웬일인가. 호텔 앞에서부터 교통 체증이 시작됐다. 앞에서 큰 사고가 난 듯 차들이 꼼짝하지 않았다. 알고보니 불금인데다, 금요일은 이슬람 교도들이 예배를 보는 날이다. 공교롭게도 어린이날이 겹쳤다. 설상가상, 시 외곽으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인 다리가 2개인데, 현재 하나는 공사중이라 막혀있단다.
정확히 1시간만에 2.1km를 전진했다. 시속 2.1km다. 이 속도로 가면 목적지까지 160시간도 넘게 걸린다. 쉬지 않고 일주일을 가야 한다. 다행히 1시간 조금 지나자 다리가 나타났고, 기어가던 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오후 8시 40분께 카페 우랄에서 잠시 요기를 한 뒤 다시 달렸다.
오후 11시 20분이 넘어 '말 농장'에 도착했다. 우파에서 출발한지 7시간만이다. 숙소가 아니니 짐을 놔두고 내리란다. 비몽사몽 간에 내렸더니 서프라이즈 환영식이 열렸다. 커뮤니티 초입의 길거리에서. 전통 복장을 차려입은 바시키리야 여인들이 손님을 반기는 뜻으로 러시아 전통 술 '뫼도북하'와 전통 과자를 들고 나왔다.
뒤늦게 들어보니, 우리 일행들의 도착 시간을 잘못 알아 오후 6시 30분부터 기다렸단다. 아, 찡하고 고맙고 미안했다. 돈으로 주고 살 수 없는, 고스란히 마음으로 전달되는 환대다. 정말 고마웠다. ^^
※ 이 글은 2018년 6월초 러시아 취재 갔을 때 페이스북에 별도로 남겼던 여행 단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