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바시키르 여행기 <21>
평소에는 아침을 안 먹는다. 수십년된 습관이다. 가끔 아침을 먹으면 더부룩하거나 속이 부대낄 때도 있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밖에서 단체 활동을 할 때다. 이번 러시아 서부 바시키리야 여행 때도 마찬가지다. 아침이 있는 삶이었다. 심지어 삼시다섯끼도.
지난달 31일, 바시키리야의 수도 우파(Ufa) 힐튼호텔에서 러시아의 첫날밤을 보냈다. 어제 마지막 밤도 같은 곳이었다. 마치 여행갔다가 집에 돌아온 듯 반갑다. 아침식사는 특별했다. 우선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구면인 셰프에게 계란은 써니사이드로 해달라고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베이컨 듬뿍. 꿀로 유명하니 벌집도 접시에 한 조각 얹는다. 식사 후 올라가 짐을 싸야하니 쥬스와 커피도 동시에. 커피머신 앞에 있으니 종업원이 내게 써니사이드 계란 후라이를 가져온다. 쌍란이 아니라 온전히 두 개짜리다. 건네받으려 손을 내미니 뒤로 살짝 물러서며 빙긋 웃는다. 안심하고 커피를 가져가시라, 계란 후라이는 제가 손님께 직접 서브해드리겠다는 뜻이다.
창가 자리에 앉으니 음악이 흐른다. 라이브 연주다. 양해를 구하고 사진과 짧은 영상을 찍는다. 오늘은 아침이 있는 삶뿐만 아니라 음악이 흐르는 삶이다. 고맙다, 바시키리야!
※ 이 글은 2018년 6월초 러시아 취재 갔을 때 페이스북에 별도로 남겼던 여행 단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