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중턱에서 숯불고기를 굽는다고?

서울|북한산 <인수재(仁壽齋)>

by 이한기


애초에는 친구 태경이와 태릉~강릉 숲길을 가려다가 북한산 둘레길로 방향을 틀었다. 점심을 <인수재(仁壽齋)>에서 먹으려 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부터 장사를 했다는데, 나는 얼마 전 정미희 대표가 페북에 올린 포스팅을 보고 이 집의 존재를 알았다.


북한산 둘레길 2코스 후반에 김도연 선생 묘역 방향으로 올라가면 나온다고 해서 우이신설선을 타고 4·19민주묘지 역에서 내려 걸었다. 대로에서 둘레길로 들어간 뒤에서 다소 가파른 산길을 10여 분 넘게 걸어가야 '인수재'가 나온다. 김도연 선생 묘역 방향으로 길을 잘 들어서야 한다.


첫 느낌은 '이런 곳에~', '이런 집이~'. 오후 1시 20분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대기자 명단 10번째였다. 숯불고기 테이블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며 두부와 토도리묵, 장수막걸리 두 병을 비우며 기다렸다. 드디어 자리가 났다. 이런 산 속에서 고기를 구워서 먹을 수 있다니, 신기했다.


통갈매기살과 양념 갈매기살을 각각 1인분씩, 토요일만 낸다는 내장탕을 시켰다. 내 입맛에는 양념 갈매기살이 더 나았다. 큰 가마솥에서 열 시간 넘게 끓여 국물을 우려낸다는 내장탕은 무가 단맛을 다 내준 듯 국물이 달고 담백했다. 산 속에 있는 곳이 아니라면 한 달에 서너 차례는 가서 먹고 싶은 맛이었다. 소주도 각 일병씩.


주중에는 '탕'을 내지 않는단다. 토요일에는 내장탕, 일요일에는 해장국을 맛볼 수 있다. 갈매기살은 1인분에 1만원. 2명이면 고기 2인분에 탕 하나면 충분히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상추는 큰 소쿠리에 담겨 있는데, 손님이 직접 물에 씻어서 가져다 먹어야 한다. 컵라면(3000원)도 셀프 서비스.


주중에는 점심 때부터 저녁 전까지만 장사를 한다. 토·일 주말에는 등산객들이 붐벼서 그런지 오전 7시에 문을 열어 아침 손님부터 받는단다. 주말에 더 바쁜 미술관과 박물관처럼 월요일에 쉰다. 계산은 카드 불가, 현금과 계좌이체만 가능.


'내 발길이 멈춘 곳이 그 산의 정상'이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산과 대화하는 '중턱산악회' 멤버라면 북한산은 <인수재>를 정상으로 삼으면 아주 만족할 것이다. 나름 산행도 했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다는 일석이조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산 중턱에 저렇게 오래된 나홀로 음식점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궁금했는데 주인장에게 묻지는 않았다. #북한산 #인수재 #仁壽齋


● 주소 : 서울 강북구 수유동 산 17-1

● 전화 : 02-994-2355

● 영업 : 화~금 10:00~17:00, 주말 07:00~18:30,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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