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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기 Jan 01. 2022

에코백에 담긴 '부여 박 영감'의 배추 한 포기

단상|내일은 '배추전'과 '배추나물무침'을...


며칠 전, 이택희 선배와 지인 몇몇이 외대앞역 부근 해산물 '이모카세'에서 저녁을 함께 했다. 경희대 특임교수로 활동하는 이 선배는 에코백을 애용한다. 그날은 부여 '자자헌'에서 올라오는 길이었다. 자리에 앉으면서 에코백에서 부피가 커보이는 뭔가를 꺼냈다. 그러더니 내게 건네준다.


- 선배, 이거 뭐예요?

"배추예요."


- 혹시 박 영감님이 주신 거예요? (※ 박 영감은 이 선배의 이웃사촌이다. 가끔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츤데레이기도 하고 오지라퍼이기도 한 느낌이다. 이 선배 추천 덕분에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단다.)

"맞아요."


이 선배는 배추를 넣어 배불뚝이가 된 무거운 에코백을 부여에서부터 메고 온 것이다. '왜 내게 배추 한 포기를 주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가뜩이나 몸이 안 좋아 좋아하던 술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터인데, 굳이 후배에게 배추를 건네주려고 가져온 그 마음이 중요한 거니까.


집에 와서 풀어보니 배추를 삼중으로 포장했다. 먼저 배추를 신문지로 감싼  얇은 비닐봉지로 포장했고, 그걸 다시  비닐봉지에 담았다. 마치 갓난아기를 포대기로 둘둘 감싸듯이.


내일은 '안주용' 배추전과 '반찬용' 배추나물무침을 만들어야겠다. 재택 혼술은 일년에 한두 차례 할까말까인데, 아주 오랜만에 혼자서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해야겠다. 그래봐야 반 병쯤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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