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내일은 '배추전'과 '배추나물무침'을...
며칠 전, 이택희 선배와 지인 몇몇이 외대앞역 부근 해산물 '이모카세'에서 저녁을 함께 했다. 경희대 특임교수로 활동하는 이 선배는 에코백을 애용한다. 그날은 부여 '자자헌'에서 올라오는 길이었다. 자리에 앉으면서 에코백에서 부피가 커보이는 뭔가를 꺼냈다. 그러더니 내게 건네준다.
- 선배, 이거 뭐예요?
"배추예요."
- 혹시 박 영감님이 주신 거예요? (※ 박 영감은 이 선배의 이웃사촌이다. 가끔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츤데레이기도 하고 오지라퍼이기도 한 느낌이다. 이 선배 추천 덕분에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단다.)
"맞아요."
이 선배는 배추를 넣어 배불뚝이가 된 무거운 에코백을 부여에서부터 메고 온 것이다. '왜 내게 배추 한 포기를 주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가뜩이나 몸이 안 좋아 좋아하던 술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터인데, 굳이 후배에게 배추를 건네주려고 가져온 그 마음이 중요한 거니까.
집에 와서 풀어보니 배추를 삼중으로 포장했다. 먼저 배추를 신문지로 감싼 뒤 얇은 비닐봉지로 포장했고, 그걸 다시 큰 비닐봉지에 담았다. 마치 갓난아기를 포대기로 둘둘 감싸듯이.
내일은 '안주용' 배추전과 '반찬용' 배추나물무침을 만들어야겠다. 재택 혼술은 일년에 한두 차례 할까말까인데, 아주 오랜만에 혼자서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해야겠다. 그래봐야 반 병쯤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