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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기 Jan 16. 2022

'맛터사이클' 신계숙의 계향각 청요리를 맛보다

서울|대학로 <계향각(桂香閣)>


처음엔 방송을 통해 알게 됐다. EBS에서 시즌2까지 방영한 <신계숙의 맛터사이클 다이어리>. '오토바이(할리데이비슨)를 타고 떠난 미식기행 길에서 찾아낸 인생의 멋과 맛을 그린 이야기'라는 설명처럼 이 방송을 보다보면 '걸크러시' 신계숙의 매력에 풍덩 빠질 수밖에 없다. 한참 전 EBS <세계테마기행> 중국 편에 등장했을 때부터 그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신계숙 배화여대 조리학과 교수가 최근 대학로에 <계향각(桂香閣)>이라는 중식당을 열었다. 정식 오픈하기 전에 이곳에 다녀와 기사를 썼던 이택희 선배(경희대 특임교수)에게 가고싶다고 청했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계향각>에 금요일에 지인들과 다녀왔다. 해삼족발, 다진 홍고추생선(우럭)찜, 해선볶음밥, 고구마빠스, 고수무침, 오이냉채 등을 맛봤다.


새로운 음식의 세계였다. 일반적으로 먹어왔던 중국 음식과는 맛과 향이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청나라 대표 미식 조리서로 꼽히는 『수원식단(隨園食單)』(1787년) 전문 청요릿집"을 표방했고, 그에 맞게 요리를 만들기 때문에 그렇단다. 특히 홍고추생선찜의 식감이 새로웠고, 찬물에 잠시 담갔다 꺼내 '겉냉속온' 상태로 먹었던 고구마빠스는 첫경험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중국음식의 신세계'를 경험했다. 그런데 <계향각>은 대중적인 음식점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아니, 그걸 감안하고 식당을 냈을 것이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우리에게 익숙한(길들여진) 중국음식 맛과는 차이가 있다. 호불호가 갈릴만하다. 그리고 가격대가 상당히 높다. 물론 식재료와 투여된 시간 등 여러가지 요소를 감안해야 하겠지만, 마실 가듯 드나들긴 어려운 곳이다. <계향각> 건물 2층에는 손꼽히는 화덕피자집 <핏제리아오>가 옮겨왔다.


<계향각>을 궁금해 하시는 분을 위해 이택희 선배가 쓴 기사 내용의 일부와 전문을 볼 수 있는 링크를 덧붙인다.



메뉴판에 있는 31가지 중 13가지와 메뉴판에 없는 것 1가지 등 모두 14가지를 맛봤다. 기존 중식당에서 먹던 음식은 거의 없다. 일부는 이름이 같아도 음식은 달랐다.


①닭다리냉채[口水鷄]: 화자오가 들어간 새콤달콤한 소스를 얹은 닭다리냉채. ②고수무침[拌香菜]: 매콤 새콤한 소스에 무친 고수냉채. ③오이냉채[麻辣黃瓜]: 절여서 달콤 새콤하게 만든 오이냉채. ④해삼족발[红燒海蔘肘子]: 삶고 튀기고 뭉근히 끓인 돼지족에 불린 해삼을 곁들인 요리. ⑤다진홍고추생선찜[剁椒魚]: 숙성한 청양고추를 얹어 찐 매콤한 생선찜.


⑥편두(扁豆; 제비콩)꼬투리볶음(메뉴에 없음). ⑦라즈지[辣子鷄]: 고추·화자오를 넣어 얼얼한 맛이 나는 닭날개 볶음. ⑧동파육(東坡肉): 소흥주를 넣고 약한 불에 장시간 뭉근하게 끓여 만든 삼겹살 요리. ⑨초염새우[椒盐蝦]: 소금과 후추로 맛을 낸 통새우튀김. ⑩불도장(佛跳墙): 8가지 재료를 긴 시간 푹 곤 산해진미 요리.


⑪팔보오리[蒸鴨]: 국가정상급 연회에 내는 고급 요리로 오리 몸통뼈를 빼낸 자리에 각종 귀한 재료를 채워 쪄낸 오리찜. ⑫해선볶음밥[海鲜炒飯]: 신선한 패주·새우 등 해물을 듬뿍 넣은 볶음밥. ⑬연근디저트[熟藕]: 연근 구멍에 찹쌀을 채워 뭉근히 끓여낸 달콤한 디저트. ⑭고구마빠스(拔絲地瓜) 튀긴 고구마를 설탕 시럽에 섞어 실을 만들어 낸 달콤한 디저트.


『수원식단』은 청나라 최고 전성기인 강희·옹정·건륭제 시대(1661∼1796)를 살았던 저장성 항저우 출신 시인 원매(袁枚, 1716~1797)가 33세 이후 난징에 살면서 40년 동안 즐긴 음식 360가지 조리법과 요리사의 자세를 정리한 책이다.


하필 요즘 같은 시기에 음식점을 여는 이유를 물었다. 대답이 또한 직진이다. "1987년 '향원'에 취업한 이래 35년째 품어온 꿈이었다. 하루도 잊지 않고 원하고 생각해온 일이다. 새해에 육순에 접어드는데, 50대를 일주일 남기고 그 꿈을 이뤘다. 중국사람들이 진짜 청나라 때 음식을 체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음식점을 만들려고 한다. 나도 원매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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