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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기 May 09. 2022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100가지 단상|2022년 5월 9일 '5년만에 퇴근하는' 문재인 대통령

"대통령으로 일하는 동안 첫 퇴근인데, 동시에 마지막 퇴근이 됐습니다. 하루 근무를 마치는 퇴근이 아니라 5년 근무를 마치는 퇴근이 됐습니다."


5월 9일 오후 6시 청와대 정문으로 '칼퇴'한 문재인 대통령은 배웅 나온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청와대 사랑채 앞 분수대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5년만의 청와대 퇴근'으로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놨다.


그를 처음 정치권에 발 딛게 한 건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입니다."


대선 막바지였던 2002년 11월초 부산을 방문했던 노무현 후보는 지인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문재인 변호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해 대선 기간 동안 몇 차례, 노무현은 문재인을 이렇게 소개했다. 행사이건 뒤풀이 자리이건 간에.


2003년 1월 1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는 당시 문재인 변호사. ⓒ 권우성 오마이뉴스 기자


2003년 1월 15일.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내정됐던 문재인 변호사를 어렵사리 인터뷰 했다. 그때 문재인과 처음 이야기를 나눴다. 극구 인터뷰를 고사해 차나 한 잔 하자며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 다시금 연락해 기사로 쓰는 걸 허락받았다. 인터뷰로 시작한 건 아니나 결과적으로 인터뷰가 됐던 대화였다.


문재인을 만나서 노무현이 대선 때 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 노무현 당선자가 후보 시절 부산을 방문해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나는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다"라고 말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웃으며) 그게 사람 발목을 잡는 말씀이다. (지난 대선 때) 부산 선대본부장 등을 맡아서 활동했기 때문에 격려해주는 말씀이었다고 본다."


40대 이상 연배면 기억하겠지만, 2002년 대선 전날 밤 '정몽준 폭탄'이 터졌다. 단일화에 합의하고 노무현과 함께 선거 유세를 펼쳤던 정몽준이 단일화 철회를 공식 선언했다. 문재인에게 그 당시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고 물었다.


- 투표 하루 전 날 밤 '정몽준 폭탄'이 터지면서 결국 공조가 무산됐는데.


"우리나라의 큰 복이라고 생각했다(웃음)."


2002년 11월 2일 부산 선대위 발대식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하는 당시 노무현 후보와 문재인 변호사.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자


노무현이나 문재인이나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렸다. 물론 찬반 그룹까지 일치한 건 아니지만. 그러나 두 사람 사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었다. 당시 인터뷰 때도 두 사람 사이에 대해 묻자, 문재인은 이렇게 답했다.


- 문재인 변호사와 노무현 당선자는 '20년 지기'이면서도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얘기가 있던데, 사실인가.


"맞다.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다. (웃으며) 내가 (노 당선자) 생각을 잘 맞춘다. 사람들은 (노 당선자와 내가 친하니까) 대선 때도 늘 통화를 한 줄 아는데, 사실 직접 통화한 적이 별로 없다. (노 당선자 생각이 이렇겠구나라고) 짐작해서 행동하면 (노 당선자 생각과) 거의 맞는다. (서로의 코드가) 틀려본 기억이 별로 없다. (노 당선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느껴진다."


노무현과 문재인의 정치역정을 담은  제목에는 '운명'이라는 공통 키워드가 들어가 있다.  책을 읽고나서 노무현이   장의 느낌이라면, 문재인은  마지막  다는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사람의 관계에서는 그런 '운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지 궁금한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그가 육필로 남긴 유서가 없었다. 그래서 그가 컴퓨터에 남긴 유서 내용을  프린트한  사실상 노무현의 육필 유서인 셈이다.  노무현의 유서를 2017 대선 때까지 문재인은 지갑에 넣고 다녔다고 들었다. 청와대 임기 5 동안에도 문재인의 지갑에는 노무현의 유서가 들어있었을까?


오늘 정치인 문재인의 아름다운 퇴장을 기분 좋게 보면서도, 한편으로 가슴이 아려 왔던 건 먼저 간 '반쪽의 운명'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2003년 1월 15일 문재인 변호사 인터뷰는, 지금은 고인이 된 <오마이뉴스> 후배, 故 김영균 기자가 노력한 결과다. 당시 정치 데스크를 맡았던 나는 문재인 변호사를 설득해 모셔온 김 기자와 함께 인터뷰 아닌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권우성 기자.


○ 인터뷰 전문|http://omn.kr/9c7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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