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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번째 아스파라거스

2024.03.18

by 한월

오늘은 나의 스무 번째 생일이다. 굳이 정확하게 만 나이로 치자면 열아홉 번째 생일이겠구나. 성인이 된 이후로 첫 번째 생일인 셈이다. 대학교 입학 전부터 나름, 혼자 타지방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익숙해지려고 노력을 해왔지만, 사회력과 친화력이 부족해서 대학 생활을 적응하는 데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아무리 대학 자체에서 실시하는 신입생 프로그램이나 오리엔테이션, 새내기 배움터 같이 며칠 동안 초면인 사람과 지내는 행사들이 있을 때마다 거의 참여했다지만 결국에는 혼자 겉돌기만 했다. 이미 거기서 서로 무리를 형성한 듯이 보였고 그런 행사를 갔다 오고 나서도 자연스레 뭔가 혼자 남겨지게 되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는 나를 보고 자기 연민이라느니 하며 비판하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한 것뿐이다. 물론, 내가 남에게 관심이 없는 듯 굴어서 그런 것도 한 몫을 한다. 이상스러우리만치 나에게는 과대 망상이나 피해 망상 같은 게 없지 않아 있어서, 아마도 이런 증세는 타인의 눈치를 이상스러우리만치 신경쓰는 버릇 때문이리라, 남들이 나를 분명 싸하다고 느낄 거야, 내가 비호감이라고 느낄 거야, 내가 혼자 다니는 건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야, 하며 남들도 나에게 관심이 없을 거라고 치부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 크나큰 착각이자 제멋대로 생각해 제멋대로 단정짓고 판단하고 판가름하는 것일 뿐, 뭐 하나 좋은 게 없는, 영양가가 없는, 악한 것이다. 서론이 길고 이미 암울한 서사가 쌓였겠지만 오늘 하루는 상상 이상으로 행복했다. 다들 나를 안 좋게 볼 줄 알았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도 하나의 사회 생활의 일부? 동정이나 연민? 뭐, 그런 셈인 걸까) 생일을 축하해주는 사람이 많았다. 아무리 그것이 빈말일지라도 이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게 나의 신경증을 완화시켜주리라. 심지어 생일 선물을 이렇게나 많이 받아보는 건 처음이라고 느낄 정도로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도 나는 생각했다. 생일에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생일은 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나의 존재를 내 주변이라는 사회를 통해서 인정 받는다는 추론이다. 인간은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고, 그렇기에 인간은 절대적으로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어쩌면 생일 축하를 한 사람들 중에 요점을 파악 못한 이들은 나의 이런 글을 본다면 십중팔구 내가 배부른 소리를 한다느니, 이래도 저래도 지랄이라느니 불평불만이 아니 이루지 않겠지. 아아, 어쩜. 각설하고, 이만 말을 줄이고자 더 시답잖은 사담은 몽중에서 하도록 하자. 그렇다면 내내 잊지마소서, 잊지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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