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피아노 건반 같은 타자기로 타인의 인생을 체험한다.
나는 오늘도 피아노 건반 같은 타자기로 누군가의 인생을 연주하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외로움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회고의 방에 대해 서사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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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 그는 외로운 밤 속에서 행복에 대한 고뇌를 한다. 사랑을 하면 행복할 수 있는 것일까. 그는 마지 못해 그런 결론으로 이르게 되었다. 횟집 앞에 있는 수조 속 얼룩 무늬의 물고기들이 좌우로 왔다 갔다 거리기만 하는 것을 하염없이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그,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 독한 것인지도 모를 담배를 한 대 주욱 피우며 수조 안을 멍하니 바라본다.
밤 거리 속 잔잔히 흐르는 노래가 그의 귓가에 살포시 가라앉지 못한다.
'그녀만 보면 외롭지 않아 슬픈 마음도 멀리 사라져'
그렇게 몇 분이, 몇 시간이 흘렀을까. 그를 찾는 직장 상사인지 그의 동기인지 모를 한 남자가 이제 그만 가자며 그를 부른다. 그는 어느샌가 자신의 한 손에 들려 있던 담배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두리번거렸다. 그는 쭈그려 앉아 있던 자세를 고쳐 일어서 바닥을 자연스래 내려다 보았다. 언제 다 피우고 버려진지 모를 담배가 내용물이 튀어나온 채 터져 있던 것을 발견한 그는 그것조차도 멍하니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내 그는 정신을 차리고 그를 데리러 온 남자의 제안에 응하고 다시 횟집으로 홀연히 사라지듯 들어갔다.
2022년 4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