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물고기
피아노 위에 있던 고양이가 바닥으로 내려오라고 그 솜 방망이 같은 다리를 살포시 피아노 건반 위에 내려놓았다. 그때, 건반이 고양이의 발에 눌리면서 소리가 났지만 고양이는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건반 위를 유유히 걸어갔다. 그럴 때마다 딩동거리면서 소리가 났는데, 그게 꼭 마치 제 주인처럼 피아노를 연주하는 걸 따라하는 것 같았다.
어느 날은 주인이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면 주인 대신 그런 식으로 피아노 연주를 해주곤 했다. 그러면 손님들은 그 묘하고 신기한 광경에 잠시 시선을 뺏겨 귀애하는 손님들도 있는가 하면, 시끄럽다면서 호통을 치는 가정부 아주머니는 고양이의 목덜미를 잡아서 바깥으로 내던지곤 하였는데, 주인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다시 집으로 데려오는 일이 허다했다.
“녀석도 참, 되도록이면 피아노 위에 올라가지 말라 했거늘······.”
주인은 고양이의 머리를 세게 쓰다듬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