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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건강하게

새벽 일기

by 한월

요즘에도 새벽에 자주 깬다. 그런데 그게 불안함에서 깨어나 잠에 들지 못하는 건지는 스스로도 알 수가 없어서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잠에 다시 들려고 해도 들 일이 좀처럼 없다. 방학 때마다, 아니, 학기 중에도 나 홀로 새벽에 깨는 일이 많다보니 오후가 되면 늘 잠이 쏟아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결국 낮잠을 자는 일이 허다해졌다. 분명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문제는 수면 시간이다. 하루 평균 4-5시간은 자는 게 한계이다시피 해서 수면 부족으로 스트레스도 없지 않아 받는 편이다. 그렇다고 수면제를 복용하고 싶지 않다. 수면제에 의존하게 되는 순간 나는 완전히 무너져 내려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 강박 아닌 강박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여기서 약이 더 늘어나는 일은 없으면 좋을 텐데.


요즘에는 몸이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자다가 몸이 사후 경직이 일어난 것마냥 뻣뻣하게 굳어져서는 거품을 물고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리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급체인 줄 알았던 게 실은 뇌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지만 이 바보같이 건강하기만 한 몸뚱어리가 원망스럽다. 그저 우연이겠지, 하며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넘어가니 말이다. 나는 과연 다른 이들처럼 행복해질 수 있긴 한 걸까. 아무리 남들처럼 사는 게 뭣 하나 쉬운 일이 없는 게 세상이라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고 생각이 든다.


머리가 조금 무겁다. 정말 뇌에 문제라도 있는 걸까. 아니,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바보같이 건강한 몸뚱어리, 나는 아직도 내 몸이 싫다. 부모님께는 배은망덕하고 불효막심한 생각이지만, 그런 생각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쯤은 당연지사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얼굴, 단 한 번도 소중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것 같다. 내 얼굴에 흉터라도 생기면 기겁을 할 자신이 부끄러워지지만.


어쨌든, 아마도 십중구할은 별이상 없을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아니까. 하지만 뒷통수가 꽤 무겁다. 잠을 옳게 자지 못해서 그런 걸까.


차라리 큰 병에 걸렸으면 하고 몇 번을 기도했다. 만약 걸린다면 그 순간은 꽤나 절망적일 것이다. 분명 머지않아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내 몸이 아니라, 내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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