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추석연휴 전날 2학년 등교수업. 원격수업 때 공부한 17과를 한자쓰기 학습활동지에 담아 나눠 주고 쓰게 했습니다. 45분 내내 쓰기만 하면 학생들이 지루해할 듯해 제갈량 <출사표> 펜글씨 ASMR 영상을 같이 틀었습니다.
"우와, 진짜 잘 쓴다"
"쌤 저렇게 쓸 수 있어요?"
"저 정도까진 아니지만 이렇게 써."
제 공책 내밀었더니 앞 친구에게 "지린다!"
(그 친구에게는 최고의 찬사입니다.)
학생들이 글씨 쓰며 영상 볼 때 덕업일치(덕業一致 : 덕질과 직업이 하나됨)에 대해 짧게 이야기했습니다.
"저분은 펜글씨 좋아하다 학원 차리고 영상까지 찍으신 것 같습니다. 한 시간 동안 만년필로 반듯하게 한자 쓰기 쉽지 않거든요."
수행평가 포트폴리오 영역에 들어가는 한자쓰기. 이왕 써야 한다면 투덜투덜 단순노동하기보다 즐겁게 한 자 한 자 썼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그러다 보면 다른 일도 차근차근 의미를 찾아 가고, 좋아하는 무언가를 직업으로 담아내는 날도 오겠지요?
* 수업 때 글씨 쓰면서 같이 본 영상입니다.
수업 때 보여 준 공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