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전날 2학년 수업. 12과가 명절 단원이라 다른 때보다 '썰'이 길었습니다. 신라 유리왕 때 가배의 유래, 옛날에는 먹을 게 넉넉치 않아 설날과 추석처럼 큰 명절에만 고기 먹고 새옷 입을 수 있었단 이야기, 여자들은 친정 가기 어려워 명절 다음날 부모님과 집과 친정 중간지점에서 만나 '반보기'하던 일, 일요일과 법정공휴일이 없던 대신 농한기인 설날부터 정월대보름까지는 먹고 놀며 즐겼던 풍속들.
"이번 추석때 용돈 받으면 뭐하고 싶어요?"
PC방 가요. 영화 봐요. 맛있는 거 먹어요.
"여러분에게는 명절이 먹고 놀고 쉬는 날이지만 부모님께는 힘든 날일 수 있어요. 장거리 운전하고, 음식 만들고, 용돈 준비하셔야 하잖아요. 제사 지내는 집이면 부담이 더 크겠지요. 이번 추석엔 부모님 어깨도 한 번 더 주물러 드리고 가족 친지들과 크게 어려운 일 없이 즐거운 시간 보냈으면 좋겠어요."
학생들 눈빛이 조금 달라집니다.
마음 맞는 반이라 시간 여유 있을 때 조금 더.
"옛날 『동국세시기』 보면 '사린취포이락지(四隣醉飽以樂之)', 사방 이웃들이 취하도록 마시고 배불리 먹으며 즐거워했다는 말이 있어요. 여러분은 대부분 부모님이 해 주시는 명절 음식 먹겠지만 세상 한곳에는 밥 한 그릇 먹기 힘든 이웃들도 많답니다. 난 여러분들이 자라서 돈 많이 벌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여러분도 잘 지내고, 이웃 가운데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수업 끝날 때쯤 학습지를 걷었습니다. '삶에 접속하기' 중 추석때 듣고 싶은 말에 "용돈 줄까?"가 여럿 보여 살짝 웃을 뻔했지만, 가끔 진지하게 마음 담은 글에 학생들 고민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3년 전 이맘때 수업 시간에 말한 것처럼 이번 추석에도 아이들이 학부모님들과 따스한 말, 힘이 되는 이야기 많이 나누며 행복하기를, 여러 사정으로 명절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분들에게도 희망의 빛이 가득하기를.
8년 전 독서공책에 쓴 글을 다시 봅니다. (2014.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