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세종의 선택』(2021)

세종이란 사람

by 스마일한문샘

읽은 날 : 2021.7.1(목)~7.3(토)

쓴 날 : 2021.7.4(주)

면수 : 309쪽


"리더는 누구인가, 누가 리더인가. 무엇인가를 먼저 제안하거나,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물어오면 현명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다."(강원국,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169쪽)

읽는 내내 이 글을 생각했습니다. 왕이면서 학자였고 우리 역사에 종합선물세트 같은 세종. 『세종의 선택』에서 그는 완전무결한 위인보다 현실 정치가(6쪽)에 가깝습니다. 치밀하고 냉엄하면서도 나라와 백성이란 중심 추를 잃지 않은 왕.


사람을 살찌우고 인재를 발탁하며 문명으로 나아가기 위해 쉼없이 달려간 그의 삶을 관찰하면서 2021년 하반기를 열었습니다. 읽고 느낀 점을 간단히 옮깁니다.


#1 따뜻한 왕


"세종의 정책을 가만히 살펴보면, 소수자를 보호하는 정치에 초점이 있었다. 맹인, 여성, 노비, 아이, 노인 등을 향해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자 했다는 뜻이다."(16쪽)

"공노비와 사노비를 막론하고 그들이 두진(모든 발진성 질환)이나 전염병에 걸렸을 경우는 병세가 심하지 않더라도 완전히 다 나은 뒤라야 일을 시켜라."(122쪽, 조선왕조실록 세종 16년 1월 19일)


역사 속에 수많은 왕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가운데 '세종' 두 글자가 빛나는 건 백성을 위해 쉬운 글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신하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은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울림이 큽니다. 그밖에도 관청에서 일하는 여자 노비의 출산휴가를 7일에서 100일로 늘리고, 전국에 있는 모든 감옥이 청결하고 위생적인 곳이 되도록 새로 지을 것을 지시하는 부분이 놀라웠습니다.


#2 공부하는 임금


"왕은 깊은 궁궐에 홀로 앉아 있는 사람이다. (중략) 현장의 문제를 직접 경험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왕이 모든 일을 홀로 처결한다면, 그 결과가 과연 백성에게도 나라에도 득이 될 수 있을까. 세종은 그 점을 깊이 헤아렸던 것 같다. 왕이 그러한 통찰에 이르게 된 데는 평일의 학습이, 특히 역사와 성리학에 관한 독서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110쪽)


세종은 세심하고 열정적인 리더였습니다. 왕자 시절부터 쌓아 온 독서와 공부의 힘을 왕이 되어서도 잊지 않고 현실에서 풀어냅니다. 궁궐과 책에 갇히지 않고 깊은 공감을 실천하는 바탕에는 책을 중시하면서도 얽매이지 않는 통찰력이 있었습니다. "크고 작은 현안이 있을 때마다 왕은 고전을 널리 조사했다. 그래도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신중히 결정했다."(255쪽)


#3 세종의 그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의 장점과 업적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어떤 부분은 불편할 수 있습니다. 처세에 밝으면서도 자녀와 친인척에게는 약했고, 혼신을 다해 키운 집현전은 왕의 정책을 비판하는 권력기관으로 변질됩니다. "세종의 말년은 과연 행복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았을 거라는 머리말이 저에게는 얼얼하고 쓸쓸했습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꿋꿋이 최선을 다한 사람. 『난중일기』에서 '성웅 이순신' 이전에 인간의 얼굴을 한 영웅을 읽었다면, 세종의 일대기도 그렇지 않을까요. "세종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결함이 있는 인간이었다. 다만 그에게는 범인이 흉내 내지 못할 큰 포부가 있었고, 웬만해서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성실성이 있었다. 우리가 그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면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114쪽)


<마음에 남은 글>


언제나 대신들과 전문가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했고,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몇 번이고 절충할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최종적인 결정은 항상 왕 자신이 내렸다. 73쪽


누구라도 최소한의 의료 및 복지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드는 것이 세종의 염원이었다. 125쪽


음악에 비유하면, 그 시대는 감미로운 교향악과도 같았다. 다양한 재능의 소유자를 적성과 소질에 맞는 자리에 배치하고는, 왕이 멋지게 지휘봉을 휘둘렀다. 그런 풍경을 현대 한국 사회 어디서나 다시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174쪽


인재는 구슬과도 같아, 아무리 많아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영롱한 오색 구슬을 하나로 꿰려면 실이 있어야 할 터인데, 세종이 가진 실은 무엇이었을까. 독서를 통해 체득한 역사적 통찰력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186쪽


왕은 인습에 젖은 신하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백성이 배우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굳은 신념에 따라 한글을 창제했다.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그것을 널리 사용하고자 힘썼으니, 청사에 길이 빛날 보배로운 일이다. 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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