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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6. 2022

백승종의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2019)

낯선 공동체를 묵직하게 읽다

읽은 날 : 2019.5.11(토)~5.20(월)

쓴 날 : 2019.5.23(목)

면수 : 232쪽

* 3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조선의 아버지들 덕분에 같은 작가님 책을 여러 권 읽었습니다.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에서 영업 비밀 같은 공부법을 배우고, 선비와 함께 춤을 앞에 아주 오랜 꿈을 되새깁니다. 생태주의 역사강의상속의 역사에선 또 다른 세계를 엿보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아,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도 있습니다.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조선의 아버지들과 함께 제가 읽은 작가님 책 중에선 문체가 가장 쉽습니다. 2014년 하자센터 강의를 재구성한 책이어선지 청년들이 읽기 쉬운 입말과 깍듯한 높임말이 가장 먼저 들어옵니다. 글은 쉬우나 내용은 만만치 않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개념을 옛이야기 들려 주듯 풀어내는 힘에 '동학'이란 낯선 존재를 차근차근 읽었습니다.


"저는 동학의 전도사가 결코 아닙니다. 동학이나 천도교하고 개인적으로 어떤 관계도 없어요."(212쪽) 그러면 왜 동학일까요. "여러분과 함께 지난 역사를 더듬는 가운데 우리 역사에서 찬란한 빛을 뿜었던 동학으로 무엇인가 중요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믿습니다."(5쪽) 책 속의 긴 글은 역사 속에서 아주 특별한 공동체였던 동학의 배경과 사상을 통해 "우리는 장차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9쪽) 길을 찾아 가는 과정입니다.


제가 읽은 동학의 핵심은 평민지식인과 소농 중심의 마을공동체, 그리고 '유무상자(有無相資)'입니다. 가난한 양반에게 지식을 전수받은 평민들이 동학의 주축이 되고 여기에 소농들이 힘을 보탭니다. '유무상자'는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덜어주고 없는 사람은 있는 사람에게 고마워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여 보답하는"(130쪽)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바로 오늘 여기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독후감 쓰려 찬찬히 다시 보다 묵직한 고민이 밀려왔습니다. 처음 읽을 때 '쉬운 말로 잘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지금은 생각의 무게가 조금 더 크고 넓습니다. 아직은 길이 잘 안 보이지만 차근차근 찾아가겠습니다.


<마음에 남 글>


그러려면 땅을 나누는 방책을 세워야겠지요. 누구는 농민들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자고 했고, 똑같이 나눠주기는 현실적으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한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토지의 상한선을 정해놓자는 주장도 등장했어요. 한전법(限田法)이라고 했지요. 반듯하게 나누자는 주장은 정전법(井田法)이 대표적이었고요. 일정한 토지를 9개로 똑같이 쪼개서 한가운데의 땅은 공동으로 농사지어서 세금으로 나라에 바치고, 나머지는 8집이 각자 알아서 농사짓고 수확하자는 식인데요. 맹자 <등문공편>에 나와 있어요. 또 정약용 같은 분은 여전제(閭田制)라고 해서,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농사짓고 성실성과 능력을 공정하게 평가해서 각각의 집에 분배하는 방식으로 가자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49쪽

- 한전법, 정전법, 여전제를 이렇게 쉽게 정리한 글은 처음 보았습니다. 대학 2학년 때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강물이 크고 넓고 깊을수록 직선으로 흐르는 법이 없어요. 이 굽이를 돌고 저 굽이를 돌아 첩첩한 산을 넘어 강물은 유유히 흘러가지요. 인간의 역사는 말하자면 큰 강물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떤 때는 흐름이 느리기도 하고,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강물이 사라진 듯도 합니다. 그저 강 밑에 깔려 있는 모래바닥 밑으로 흘러가는  곳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렇더라도 강물은 결코 멈추지 않고 흘러내리지요. 물이라는 것은 언제나 흘러가기 마련이니까요.


흐르는 것은 물만이 아니지요. 역사도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입니다. 때로는 거세게,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숨어서, 때로는 명랑하게 소리 내며 흘러갑니다. 동학농민운동의 흐름도 멀고도 깊은 역사의 흐름이라는, 일종의 강물이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182~183쪽

- 이 부분 읽다 제대로 뭉클했습니다.


미끄럽고 높은 바나나 나무에 기어올라 하루 종일 낫으로 바나나 송이를 따는 브라질 농부의 하루는 그야말로 위험하고도 너무 고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 농부는 우리의 자동차 공장이나 휴대폰 공장의 평범한 노동자에 비해 100분의 1, 또는 1000분의 1밖에 벌지 못해요. 이것은 불공정한 거예요. 불의한 일이라고 말해도 좋은 겁니다. 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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