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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Dec 27. 2022

박수밀의 『연암 산문의 멋』(2022)

공정하고 따뜻한

읽은 날 : 2022.11.28(월)~12.13(화)

면수 : 308쪽


스물세 살, 논문 쓸 즈음 역대 졸업논문 목록을 보았습니다.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관련 글이 많아 일부러 청장관 이덕무를 골랐습니다. 너무 흔해 왠지 멀던 연암이 마흔 넘어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랜선에서 『열하일기』와 연암의 여러 글을 함께 읽고 공부하신 선생님들 덕분입니다.


『연암 산문의 멋』은 그의 글 중 열두 편을 담은 책입니다. 여러 번 본 글이지만 번역과 평설이 새롭고 따뜻해 진득하게 읽었습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 『연암을 읽는다』와는 또 다른 기쁨과 울림이 있습니다. 한 작가의 글을 다양한 눈으로 읽어내는 책을 여러 권 만나는 건 축복입니다.


연암은 알면 알수록 새롭습니다.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왜 한국문학사에 연암과 다산이 큰 나무로 자리잡았는지 깨닫습니다. 이번 책에서 만 연암은 평등안(平等眼)을 지니고 여린 이를 돌아보는 사람입니다. "평등한 눈은 질투와 편견에서 벗어나 공정한 눈으로 세계를 보는 것이다."(199쪽)


공정하면서도 따뜻한 연암의 눈은 숨어 있는 것, 작은 존재에 관심을 둡니다.(33쪽) 한없이 날카로운 지성을 지닌 경계인(99쪽)이면서 서얼을 벗하고 열녀의 깊은 고뇌를 읽어내던 연암. 그래서 그의 글은 힘이 있습니다. 그의 꿈과 바라는 세상을 더 아껴 읽게 됩니다.


<마음에 남은 글>


그의 북학의 꿈과 조선풍 정신, 그가 바랐던 세상이, 꿈을 같이하는 이들의 우정의 연대를 통해 지금 여기에서 다시 새로운 정신으로 되살아나길 바라본다. 9쪽


'사이'는 서로를 비춰줌으로써 의미를 드러내며 모든 존재가 제각기 가치를 드러내는 곳이다. 28쪽


연암은 숨어 있는 것, 작은 존재에 관심을 둔다. 33쪽


 모든 일을 넉넉하게 품고 이해한다. 48쪽


조선 후기 지식인들이 중화주의를 극복하고 타문화를 수용하기 위해 벌였던 노력과 한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일은 '가까운 미래'를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한 작은 지혜를 얻는 길이다. 90쪽


연암이 날카로운 지성의 경계인이라면 이덕무는 따뜻한 감성을 품은 선비였다. 99쪽

- 이 글 참 좋았습니다.


내가 직접 듣고 보고 느낀 것을 진실하게 드러내면 좋은 글이 된다. 132쪽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하여 공감을 이끌어내고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이 필요했을 것이다. 230쪽

- 그 부분을 종종 고민합니다. 옛사람의 글을 아껴 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일처럼 돌보아 주는 사람 258쪽

- '주선인(周旋人)' 번역이 새로워 독서공책에 옮겨 적었습니다. <회성원집 발문> 읽다 배웁니다.

읽기 시작한 날 저녁 한 순간을 담았습니다.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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