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덕무

by 스마일한문샘

깊고 맑고 파란 사람을 아는 건 축복입니다. 저에게는 고등학교 은사님과의 만남이 그랬고, 26년 전 옛글에서 그런 어른을 한 분 더 만났습니다.

이덕무(1741~1793)! 조선 후기 선비, 스물 한 살 어느 날 얼결에 간 교육대학원 논문 심사장에서 만난 사람. 『청장관 이덕무의 척독 연구』 발표 듣다 '이 사람 참 맑다...' 다음 해 한문수필론 강의에서 『관독일기』와 『이목구심서』배우다 그에게 쏙 빠졌습니다. 맑은 감성과 눈물빛 선비다움이 반가웠고, 졸업논문도 『관독일기』로 썼습니다.

임용고사 재수할 때 학교 신문에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서평이 나왔습니다. 없는 돈 털어 구내서점으로 달려가 『선귤당농소』 전문과 『이목구심서』 일부를 새롭게 읽었습니다. 틈틈이 보다 직장 다니며 삼수할 때 찬찬히 완독했습니다. 이덕무를 더 깊이 알아 가면서 뿌듯했고, 저와 비슷한 나이에 맑고 통찰력 있는 글을 썼다는 게 놀라웠답니다.


그렇게 이덕무 팬이 되었습니다. 실학자면서 당대 최고의 작가 중 하나였고, 무엇보다 가난과 서얼이라는 고단한 현실 속에서 순수하고 가열차게 자기를 가다듬은 사람. 힘든 날 읽고 쓰며 마음 다잡던 그의 발자취는 살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 만날 때 든든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방향을 잃고 헤매는 듯한 경박한 세상의 격랑 속에서 붙잡고 가야 할 하나의 지침으로 그는 늘 내 곁에 서 있다."(이화형, 『청장, 키 큰 소나무에게 길을 묻다』, 뒷표지)


나이 먹으면서 그의 장점뿐만 아니라 아쉬운 부분도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덕무가 싫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책이 나올 때마다 한 권 두 권 모으며 더 많이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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