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4과 학습지 4쪽. 교과목 한자 정리하는 시간은 해마다 설렙니다.
"과학 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ㄱ선생님이요!"
"국어는?"
"ㄴ선생님"
"기술가정은?" "도덕은?" "사회는?"
과목명 가나다 순서대로 부르면서 묻습니다. 다행히 모든 교과 선생님 성함을 말합니다.
"이번에는 과목별로 알아봅시다. 과학 1단원에서 지권 배우고 2단원에서 힘 배우고 3단원에서 생물의 다양성 배웠죠. 2단원에 무슨 힘이 있었지요?"
"중력이요" "탄성력" "부력"
"하나는?" 뜸 들였다 "마찰력."
"아~"
"지권은 지구과학, 힘은 물리, 생물은 생명과학. 과학 과목에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이 다 들어 있답니다. 그래서 과목 과(科) 과학입니다."
"국어는 나라 국(國) 말씀 어(語). 우리 나라 말이지요. 그런데 100년 전에는 국어가 우리말이 아니었어요."
"일본 말이요?"
"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 말이 국어, 우리말은 조선어였습니다. 속상한 얘기죠. 일제 말기에는 우리말을 아예 못 배우게 했답니다."
'......'
"어떤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카톡으로 이렇게 보냈다가 차였답니다. 칠판 보고 이유를 찾아보세요."
"내 인생의 발여자가 되어 줘"에 몇몇은 킥킥, 몇몇은 '??'
'발여자'에 X 긋고 '반려자'라고 씁니다.
ㄷ이 "반려자면 반려동물 아니에요?"
"짝 반(伴) 짝 려(侶). 원래는 배우자를 반려자라고 했어요. 집에서 키우는 동물을 옛날에는 애완동물이라 하다 함께 산다는 부분을 강조하면서 요즘은 반려동물이라 하지요. 연애를 하든 자기소개서 쓰든 국어는 언제 어디서나 쓰이니까 잘 배우고 잘해야 합니다."
기술가정, 도덕, 미술, 사회, 수학 설명하다 "잠깐! 다른 과목은 과목 이름이랑 한자 뜻이 어느 정도 맞는데 영어는 꽃부리 영(英) 말씀 어(語). 이상하지 않아요? 꽃과 영어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칠판에 England와 English를 씁니다.
"영국을 영어로 뭐라고 하죠?"
"잉글랜드(England)요"
"영어는?"
"잉글리쉬(English)"
"물론 영국은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가 연합한 국가이지만, 조선 말 우리 나라에서는 잉글랜드를 소리가 비슷한 한자로 옮겨 영길리국(英吉利國)이라 했답니다. 영길리국을 중국어로 읽으면 잉 지 리 궈(yīng jí lì guó). (몇몇 웃음) 잉글랜드와 소리가 조금 더 비슷하죠. 영길리국 줄여 영국, 영국 말이라 영어."
음악, 진로탐색, 체육, 한문까지 풀어내니 종 칠 시간이 다가옵니다.
"공부하기 힘드시죠? 대부분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공부하라고 해서 하는 경우가 많지요. 지금 직업이 몇 개나 있을까요?"
ㄹ이 "3만 개요."
"거의 비슷해요. 근데 여러분이 어른 되면 새로운 직업, 지금 직업 중 없어지는 직업이 있을 수 있어요. 여러분이 2010년생이죠. 스마트폰이 2011년에 들어왔으니 그전에 스마트폰 관련 직업이 있었을까요, 없었을까요?"
"없었어요."
"어떤 학생이 초등교사를 희망해요. 우리 학교 아닌 제가 아는 초등학생입니다. 근데 이 친구가 요즘 교권침해 등 여러 이유로 초등교사 할지 말지 고민한다면 선배로서 어떻게 현실조언을 하시겠어요?"
몇몇 학생의 이런저런 말들.
"이 친구에게는 여러 선택지가 있겠지요. 그럼에도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초등교사를 하거나, 아니면 다른 길을 찾거나. 살면서 여러 변수가 있을 때 흔들리지 않고 자기 길을 찾아가는 힘. 학교 공부하다 보면 이런 힘이 쌓입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사회에서 더 이상 안 쓰일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평생 안 볼 과목도 있겠지요. 하지만 공부하면서 쌓은 인내와 끈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친구들과 함께 협력하며 의견을 조율하면서 쌓인 깊이는 계속 바뀌는 사회에 잘 적응하면서 가짜 뉴스를 분별하고 여러분을 지키는 힘이 됩니다. 그래서 모든 과목은 소중하답니다."
금요일 퇴근길. (202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