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났습니다. 아이들이 돌아가며 깨어 온라인 새벽기도회는 5분 늦었지만 모처럼 싱그러운 아침을 맞습니다. 책상 정리하고 2월 7일 날짜 보다 해묵은 일기장을 열었습니다. 26년 전 오늘 꽤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요.
2월 6일 대학 전체 오리엔테이션, 2월 7일 한문학과 오리엔테이션이 있었습니다. 오전에 고등학교 갔다 오후 2시까지 가야 해서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샘께서 주신 자전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크고 두꺼웠다." 한문학과 합격 축하한다며 자전을 선물하신 선생님. 20여 분간 짧게 인사하고 한문 공부하면서 궁금한 것 여쭙고 집에 자전 갖다 놓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열심히 뛰었건만 9분 늦었습니다. 수강신청하고 생활기록부 쓰니 벌써 5시. 선배들을 따라 손이 파르스름해지도록 썰렁한 학교에서 나와 신구 대면식 하고 집에 오니 10시. "대학 생활에 '술'이 필수불가결이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술을 억지로 권하지 않은 건 고맙지만 낯선 술자리가 버겁고 어색하던 첫날, 낮에 받은 자전 포장을 조심스럽게 열었습니다.
"되게 두꺼운 자전이랑 작은 분홍빛 봉투가 들어 있었다. '무슨 말씀을 적어 놓으셨을까' 싶어 손때 묻을까 조심하며 봉투를 열었다." 단정한 글씨로 한 자 한 자 쓰신 말씀. 순간 마음이 뜨거워지고 하루 내내 쑥쑥하던 일이 다 녹아 버리는 듯했습니다. 저도 자전 속표지에 볼펜으로 썼습니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그리고 공부든 무엇이든(안 좋은 것은 빼고) 열심히 해서 꼭 훌륭한 한문 샘 + 학자가 되겠다고.
밀린 일기를 늦게나마 모아 써서 오랜 기억을 오롯이 담았습니다. "지금도 그 날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스해진다."는 늘 현재진행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