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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 Nov 11. 2020

정말로 사랑한다면

4번째 기록

1.

밝게 뜬 달을 좋아했다. 하얗게 혹은 노랗게

또 아니면 파랗게 박힌 모습이 좋아

자주 올려다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던 시절.

억눌린 감정이 쏟아지는 날이면 꼭 달을 찾곤 했다.

기울어져버린 내 시간 안에서, 그 어두운 방 안에서

내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오직 달 뿐이었다.

그래서 달이 좋았고, 달을 믿기로 했다.


2.

초저녁이었다.

꽤 괜찮은 오후를 보냈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범한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쨍했던 나뭇잎의 채도는 짙어졌고,

선선하다 느낄만큼의 계절이 되었다.

딱 여름과 가을 그 어디쯤.

그 계절 안에서 하늘은 익어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카메라를 켰다.


3.

아름다움을 목격한 순간

카메라를 꺼내드는 것은

참으로 잔인한 사랑방식임을 깨달았다.

진실된 사랑이란

그 아다움을 붙잡아 프레임 안에서

죽어가도록 얼려두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 그대로 그 모습을 바라봐 주는 것.

가만히 지켜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이제 알았다.

카메라 안에서 죽어버린 시간은

내 눈 앞에서 고요히 빛이 났다.


4.

자연스럽게.

이보다 더 아름다운 단어가 있을까.

있는 그대로를, 그대로의 시간을 붙잡지 않는 것.

그 시간을 걷는 나 역시도 내버려두자.

시간 속에 떠밀려가는 나를

억지로 옭아메지 않고 자연스럽게 놓아주는 것.

무너지는 대로 사랑하는 것.

저물어가는 나를 지켜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방식임을 이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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