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끝이 있는 삶 안에서 시작을 기대하리라 다짐했고
2월 차분한 생일을 맞이하면서 나의 연구의 새로운 발견들을 사랑했다.
3월 내가 바라본 풍경을 담아낸 사진이 몽글한 감정까지도 찍어내길 바랬으며
4월 사유하지 않은 죄를 자책하며 더 훌륭하고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해 애썼고
5월 수정, 수정, 그리고 수정의 달을 보냈다.
6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정의를 증명해냈으며
7월 그간 만나지 못했던 나의 인연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냈고
8월 갑자기 사라진 목표에 기력과 무기력을 반복하기는 했지만 든든한 내 친구와 잊지 못할 여행을 즐겼다.
9월 뼈 아픈 배신감에 사무치게 울어봤다. 그럼에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었으며
10월 지나가는 아름다움을, 흘러가는 나를 프레임 안에서 죽이거나 옭아 메지 않을 것을 약속했고
11월 나에게는 꽤 괜찮은 요리실력과 내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2월 새로운 시작점 앞에서 많은 고민들을 쏟아냈으며, 하고 싶은 일에 눈물겨울 정도로 집착해보겠다 결심했다.
많이 답답한 한 해였다.
모두가 힘들었고, 모두가 지쳤으며, 고생이 많았다.
하늘 아래 잠긴 기분.
나는 큰 산을 넘어 희열에 젖었지만, 갑작스러운 헤어짐에 많이 아팠다.
그래서 바닥으로 내려가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하늘 위로 떠오르고 있었음을 깨닫기까지 조금의 시간이 걸렸다.
오늘 나는 퇴근을 했고, 맛있는 밥을 차려 먹었다.
재밌는 드라마를 보다 선잠에 빠졌고, 친구로부터 온 연말 문자에 눈을 떴으며,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캔맥주를 사러 나갔다.
다가오는 새해에 나는
나중보다는 지금을 선택하는 삶을 살 것이며,
싫어, 보다는 좋아,를 말하는 삶을 살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글을 쓰며 위로받을 것이다.
아듀,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