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는 모든 것의 의미를 잘 찾는 것 같아.
또다시 너의 말로 포문을 열었다.
그렇다. 나는 감수성이 꽤나 풍부했고,
작은 것의 의미를 찾아 반짝이게 하기를 좋아했다.
사소한 것들을 사랑하는, 조금은 이상하지만 순수한 아이였다.
디테일에 강한 거야,라고 이야기 한 친한 언니가 떠올랐다.
또 한 번 너는
나에게 감동이 되었다.
2.
너가 좋아하는 달이 오늘 너무 예쁘다, 라는 너의 말에
꺼내 든 카메라가 아름다웠다.
프레임에 담긴 달이 아닌,
너가 좋아하는 달, 이라고 이야기해준 너의 언어가 황홀할 정도로 눈부셨다.
떠오른 달을 보며 나를 기억하는 너의 언어를
나는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으며, 사랑하게 되겠지.
3.
오늘도 역시나 너와 나눈 이야기는 빛이 났다.
타이밍이 중요해,라고 말하는 우리는 지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들을 마주하고 있다.
먼 훗날 우린 오늘의 이 시간을 추억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시작하게 될까.
오늘 하루가 너여서 좋았고,
찰나의 순간처럼 찾아온 너의 존재에 감사하다.
이렇게 지금처럼 내 옆에 남아주기를.
아프거나 두려운 일 없이 내 옆에 남아주기를.
너와 나의 언어에서 삶을 배우고, 성장하고, 늙어갈 수 있기를.
우리가 마주한 거울 속에서 예기치 못한 주름을 발견할지라도,
그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노련함으로 우리의 삶이 익어갔으면 좋겠다.
천천히, 그리고 눈이 부시게 저무는 석양을 닮은 우리들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