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관심에 없던 향초를 샀어.
사실은 내가 산 게 아니야. 선물 받았어.
나는 심지를 태울 라이터를 샀지.
책상을 정리하고 라이터의 톱니바퀴를 돌려서 초를 켰어.
그리고 불을 껐지.
촛불이 길게 쭉 뻗었다가 가라앉는데 전화 한 통이 왔어.
잘 지내냐고, 잘 지낸다고.
그런데 사실은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고.
일렁이는 촛불 따라 한쪽 벽면이 번쩍거렸어.
꿈틀 거리 듯,
하루를 견디느라 고생했다고, 전화를 끊었어.
향초 위에 뚜껑도 덮었어.
향이 이렇게 짙은 줄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