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고, 새기곤 합니다
달에 편지를 쓰기 전
작년 7월, 어쩌면 5월을 마지막으로 굳어진 글의 공간을 다시금 녹여보고자 하는 이유는 이런저런 핑계로 글쓰기를 미뤄두고도, 여전히 글을 쓰는 일을 사랑한다고 자신했던 모순적 태도에 대한 반성이자 속죄다. 속절없이 마주하는 현실 앞에 '이것만 마무리되면'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두고, 마무리가 없는 여정을 계속하다 보니 서랍에 담아둔 지난날의 문장들이 빛바랜 채 남겨졌다. 그 문장들은 끄집어내지 않기로 했다. 지난 시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니 오히려 억지스러울 것이고, 그 문장들은 그곳에 자리잡기 위해 쓰인 문장이었을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름을 바꿨다.
<하루일기>였던 매거진에는 하루의 일기를 썼다. 스물네 시간 동안의 생각과 감정. 어쩌면 굳은 다짐 같은 것들. 그렇게 매일같이 변하는 마음의 소리는 오히려 항상 지니고 다니는 종이 다이어리에 구겨 담는 편이 더 익숙했다. 혼자 쓰는 일기보다 누군가에게 쓰는 편지가 좋았다. 속앓이를 털어놓을 수도 있고, 보이지 않는 것에 간절히 기도해보기도 하고. 위로나 응원. 그런 것들도 모두 이 편이 더 나았다.
그래서 <달에 쓰는 편지>.
일 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그럼에도, 묵혀둔 감정이 많았다. 끊임없이 다짐했고, 그만큼 무너졌다. 낙담과 희망의 반복 속에서 무던히도 성숙해졌다. 그날들을 읽고, 담담하게 쓰고, 다음의 이야기를 새겨보려고.
단순한 호소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