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만 하더라도 공허해진 밤엔 골목을 걸으면서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는데, 그리고는 꼭, 그 시간을 잊지 않겠노라 카메라 렌즈를 치켜들고는 조금 더 선명하게, 조금 더 선명하게 밝기를 조절하고는 했는데, 언제부턴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방법을 잊었습니다.
유독 지쳤던 한 해였습니다.
하루의 시간은 저를 지나치고 있었으나 갈길 잃은 저는 그 시간들을 붙잡고 종착역이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타고 있는 열차가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요. 어릴 적 품었던 꿈의 조각은 닳아버렸고, 불안은 어떠한 언어로도 형성되지 못하고 주름진 뇌에 응어리져 버렸다고요. 저의 꿈과, 신념과, 자부심과, 애정이 넘치던 공간이 어디로 갔냐고요.
제 자리는 어디인가요.
여전히 불안했습니다. 억지로 몸을 붙잡고 애쓰고 있었어요. 어떤 날은 괜찮다가도, 다음 날은 이전보다 더 고통스러워지기도 했습니다. 머리가 무거워 고개를 똑바로 들기가 두렵기도 했어요. 생각이 쌓인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저의 마음의 무게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멈추는 게 아니라면 어디로든 가겠죠, 했습니다. 종착역에만 눈이 멀어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저의 모습을 잊고 살았습니다. 동력. 움직이는 힘. 여기에서 거기로, 또 그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이는 형태. 그 힘으로 닿는 열차 바퀴의 한 자국 자국이 종착지이자 또 다른 시발점. 열차는 불안의 약력을 읊조리며 추진력을 얻고 있었다고요.
누군가는 상실해가는 삶 속에서 발에 치이는 우울을 무시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더 이상 울지 않길. 실은, 극복하는 삶이었어요. 잃어가는 것들 속에서 감정을 위로하고 다독이면서. 손에 난 생채기에는 약을 바르고 밴드를 덧대면서도 보이지 않는 상처는 무시하고 마는 어리석음을 그만두고 우울을 끌어안고 극복하라고요. 그렇게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