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나 Jun 29. 2021

자궁근종 수술 후기 #7 수술 후 저는 이렇게 삽니다.


근종 수술 후 환경 호르몬, 여성 호르몬 두가지 모두를 조심하고 피하자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먹는 것, 쓰는 것 모두를 주의해서 보기 시작했다. 먹거리를 제일 먼저 살피기 시작하면서- 계란도, 닭고기도, 우유도 웬만하면 무항생제, 유기농, 친환경 제품들로 찾아 먹고 있다. 외식때는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의 70% 정도는 나름 신경써서 고르고 있다.



집에서 쓰는 반찬통들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들은 버리고 있다. 최대한 유리, 스테인레스 제품들로 사용하려 하고 있으며 샴푸, 바디워시, 치약들도 유해성분이 0인 제품 위주로 사서 쓰고 있다. 모든 용품을 싹 바꾸진 못했지만 이렇게 조금씩 바꿔나가는 중이다.


쿠키도 유기농 제품으로 찾아서 구매했다. 좋은 재료로 만들어진 쿠키를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했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 알고보니 꽤 유명한 맛집. 쿠키는 배송이 빨랐는데, 다른 빵들은 주문폭주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받아 먹을 수 있어서 주문하지 않았다.



유해한 재료 없이 전부 좋은 재료들로만 만들어졌는데 아주 맛있다. 어떻게 이렇게 깊은 맛을 내신거지? 칼로리도 다른 쿠키들에 비해 굉장히 낮아서 살도 덜 찔 것 같다.


쿠키와 함께 마실 커피는 디카페인 제품으로 찾았다. 이것도 너무나도 잘 골랐다.



집에서 작업할 때마다 꼭 마시기 때문에, 다 떨어지기 전에 꾸준히 구매하고 있다. 디카페인 커피들은 대체로 맛이 없는데, 이 커피는 처음 포장을 뜯을때부터 향기가 몹시 황홀하다. 드립백 커피들은 여과지에 환경 호르몬이 검출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관련된 사항도 문의드렸고, 이에 친절하게 답변을 주셔서 더 안심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마시고 있다.



근종 수술 후 초반에는 카페인을 완전히 끊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전에는 카페인 있는 드립백, 오후에는 디카페인 드립백으로 커피를 즐기고 있다. 향도 좋고 맛도 깊다. 커피 끊는게 제일 걱정됐는데 이렇게 맛있는 디카페인 커피를 발견해서 다행이다. 달콤 쌉싸름한 바닐라 라떼가 먹고싶은 날에는 굳이 차를 타고 유기농 우유, 유기농 원두를 쓰는 브랜드 매장으로 향한다. 유난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다시 수술하는 것보단 유난스러운 삶을 택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왠지,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이런 움직임이 더 커질거란 생각이 든다.



물론 가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식을 먹게 되는 날도 있다. 달콤한 맛의 라떼가 땡기지만 당장 차를 타고 갈 수 없는 날엔 동네에서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사서 딱 반만 마신다. 먹고 싶을 땐 빈도를 줄여서라도 꼭 먹고야 만다. 먹는 것을 너무 엄격하게 제한하고 살고싶진 않다.


한가지 향을 좋아해 한 브랜드의 향수만 매년 사서 썼지만, 지금은 아무 향수도 뿌리지 않는다. 머리카락에는 어떤 에센스와 크림도 바르지 않는다. 가끔 어딘가로 외출할 때 부시시한 결을 정돈하는 정도로만 머리칼 끝에 에센스를 아주 살짝 발라주는 정도이다.




향기나고 부드러운 샴푸를 사랑했지만, 지금은 유해성분이 0인 무향의 샴푸만 쓰고 있다. 심지어 수술 후 회복 초반엔 린스, 헤어팩 자체를 아예 안 써서 머릿결이 빗자루처럼 변했던 시기도 있었다. 머릿결이 너무 안좋아지면서 지금은 미용 어플에서 성분을 체크한 뒤 구매한 헤어팩을 사용하고 있다.



깊은 향의 바디워시, 바디로션, 핸드크림들은 모두 쓰지 않는다. 이런 계열 제품들은 아기들이 쓰는 제품 중에서도 무향제품들로만 새로 구입했다. 치약 역시 꼼꼼히 골라 유해성분이 없는 것으로 사용하고 있다.



생리대도 유기농으로 골라 쓰지만 빨아쓰는 생리대까진 아직 도전하지 못했다. 이유는 나의 게으름. 이것도 언젠가는 꼭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일단 지금은 이 정도 변화만으로도 스스로가 기특하고 대견하다. 이렇게 하나하나 검색해서 사는 일은 절대 편하지 않고 참 많이 번거롭다. 하지만 한 번 정해서 구입하면 안심하고 쭉 그 제품만 사용하면 되니 인내심을 발휘해 본다!



얼굴에 바르는 제품들은 마냥 유기농, 친환경 제품으로만 사용할 수 없어서 약간의 타협을 봤다. 나는 트러블이 가끔 올라오는 민감성, 복합성 피부라 약간의 관리가 필요하다. 사용하는 제품들에 유해성분이 없진 않지만 예상했던 것보단 꽤 적어서 여기까진 용납하기로 했다.




화장은 선크림에 컨실러 정도로만 대충 쓰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자리에 갈 땐 파운데이션을 사용해야 할 것 같아서 생각보다 유해성분이 덜했던 제품으로 하나 구매했다. (그런데 톤이 너무 안 맞아서 잘 안 쓰고 있다.)




요리 초보자의 필수품인 에어프라이어도 전부 스테인레스로 이뤄진 제품으로 바꿨다. 2년 정도 써오던 에어프라이어의 코팅이 벗겨진 것을 보고 경악한 이후로 당장 바꿔 들여놓았다. 후라이팬은 메인 음식 요리 시 스테인레스 팬 위주로 써왔고, 지금은 작은 팬 역시 스테인레스 제품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라면을 사랑해서 종류별로 쟁여놓았지만 이젠 과거의 이야기. 라면은 확실하게 줄였다. 마침 오뚜기에서 비건인증을 받은 라면이 있다길래, 비건은 아니지만 사서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사리곰탕 라면 맛이 난다. 가끔 매운 라면이 먹고 싶을 땐 콩나물을 많이 넣어 면의 양을 좀 줄여 먹는다. 일요일 오후엔 늘 라면을 먹고 싶어하는 남편 때문에 일주일에 하루만 라면 먹는 날로 삼았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치킨이었던 나. 일주일에 두세번은 꼭 치킨을 먹어 왔지만, 치킨 역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먹는 걸로 줄였다. 그것도 이왕이면 구운 치킨만 먹기로 마음을 정했는데, 바삭한 후라이드 치킨을 포기하는 건 너무나도 힘이 들었다. 그래서 수술 후 딱 2달 정도만 구운 치킨을 먹었고 지금은 가끔씩 바삭하게 튀긴 치킨을 주문해 먹고 있다. 하지만 절대로 전처럼 일주일에 두세번씩 먹진 않는다.



수술 후 최소 3달간은 복부에 무리가 되는 운동을 할 수 없다. 역시 걷기운동이 최고이다. 수술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하루에 무조건 최소 4,000보 이상은 걸었다. 당시는 12월 겨울이었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밖에 나가기가 힘이 들어 두꺼운 수면양말을 신고 집안을 열심히 걸어다녔다. 그러다 2월쯤엔 더 힘을 내어 10,000보 채우기를 다짐했고, 다 못 채우는 날도 많았지만 그래도 주 2회 이상은 낮은 산이라도 오르면서 꾸준히 운동하려고 애썼다.




식단 계획은 제대로 짜지도 못했고, 삶에도 엄청나게 큰 변화를 주진 못했지만- 나에겐 이 정도만 해도 엄청난 변화이다. 먹는 걸 가리지 않았고 맛있는 것, 몸에 좋지 않은 것 위주로 마구 먹어대던 나. 결혼 이후에는 요리를 잘 못해서 냉동식품도 참 많이 먹었다. 엄마랑 살 땐 야채도 과일도 매일 먹었었는데 확실히 결혼하고 나니 스스로를 잘 못 챙기게 된다. 덩달아 챙김 받지 못하는 남편에게 너무 미안해진다. 하지만 이젠 잘 먹으려고 노력중이다. 수술 이후로는 오메가3, 비타민B, 비타민D, 칼슘, 마그네슘도 꼬박꼬박 챙겨먹고 있다.



식사를 대체 어떻게 차려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만 요즘은 싱싱한 제품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업체들이 많아서 고민을 좀 덜었다. 고등어, 연어같은 요리초보에게 어려운 어류도 깔끔하게 배송되어 온다.



유명하다는 고등어를 사서 구워봤는데 내 손으로 구운게 맞나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연어로는 푸짐한 사케동을 만들어 먹었다. 성분 표시를 보아도 알 수 없는 화학 성분 같은 게 안들어간 음식들이 많아서 믿고 주문하여 요리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근종이 또 생긴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다. 다만, 심하게 커져서 수술해야 하는 크기까지 가지 않도록 조절하며 살아갈 것이다. 솔직히 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고, 쓰는 모든 것보다 스트레스가 근종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스스로의 마음을 굉장히 혹사시키며 살아왔고, 난데없는 근종이 자란 시기도 스트레스가 폭발하던 그 즈음이었다.



무언갈 하다가 과하다고, 무리하고 있다고, 그것이 나를 해친다고 느껴질 때는 그냥 내려놓고 있다. 이런 삶이 꽤 괜찮다. 내 기준에서 나답게, 담백하게. 동물이든 식물이든 태어난 본연의 모습대로 살아가고, 그대로 깊어져 가는게 제일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나도 그렇게 살기로 마음 먹었다. 최선을 다하되 내 기준을 넘어서 무리하지 않는 것. 스스로를 해치는 욕심은 내지 않는 것.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싶은 것, 발전시키고 싶은 것, 사랑하는 것들을 가슴 깊이 사랑하며 살되 자연스럽지 않아 힘든 부분이 있는지를 늘 돌아보기로 다짐했다. 이것 역시 노력이 필요하지만, 결국 자연스럽기 위한 일이기에 언젠간 제 자리를 찾을 것이다.


이렇게 근종 수술기, 회복기, 그 이후 근황 이야기까지 완전히 끝이 났다. 2020년 12월 8일 수술 이후, 현재 2021년 6월까지 총 6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생리통은 완전히 없어졌으며 생리 기간도 확 짧아졌다. 그런데 집 나간 체력은 아직 완벽히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술 후 회복은 아주 빨랐는데, 전체적인 몸의 느낌이 달라졌다. 전보다 쉽게 지치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커피는 도저히 끊을 수 없어서 매일 마시지만 너무 많은 양을 먹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앞으로는 쭉 건강하게 살고 싶다. 튼튼한 몸을 기반으로 건강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품고 주변에 좋은 영향을 끼치며 살고 싶은 마음. 내 몸과 오래도록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내 몸아, 앞으로도 잘 부탁해!



작가의 이전글 자궁근종 수술 후기 #6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