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체육, 체험, 즐거움이 중점인 곳'
둥이가 뉴질랜드에서 7학년을 다닌 지 8개월이 다 되어 간다. 벌써 이번 주 금요일이면 3학기가 끝나고 다시 2주간의 방학이 시작된다. 이제 이곳에서 생활이 얼마 안 남은 만큼, 지금까지 경험한 뉴질랜드 중학교 생활이 한국이랑 비교해서 어떻게 다른지, 약 5회 정도로 나눠서 쓰고 싶다.
뉴질랜드의 학교 시스템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초등학교 6년 / 중학교 2년 / 고등학교 5년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곳의 초1은 한국의 7살 유치원 과정이랑 동일하다 보니, 한국의 6학년은 뉴질랜드의 7학년으로 입학한다. 둥이 또한 중학교인 Intermediate school에 7학년으로 다니고 있다.
한국과 비교해서 색다른 뉴질랜드 중학교의 특징을 몇 가지 말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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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뉴질랜드의 중학교는 공부보다는 여전히 다양한 체험과 모험, 즐거움을 배우는 장소이다.
매일 <쓰기 1시간, 읽기 1시간, 수학 1시간>은 반드시 해야 하는 공교육 커리큘럼이라고 한다. 그 외에 심도 있게 배우는 과목은 아직 없다. 그렇다면 8시 40분부터 오후 3시까지, 그 긴 시간 동안 학교에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바로 체육이라 할 수 있다.
지난 학기에 둥이가 준비물을 안 가져간 갔기에, 오전 10시 반 티타임에 맞춰서 갖다 준 적이 있었는데... 세상에나 7학년들이 아직도 그리 신나고 유치하게 놀 줄이야. 아이들이 모두 책상에 올라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점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그때 담임이랑 눈을 마주치면 뭐랄까 "어머니 들어와~ 들어와~ 같이 조인해!"라고 말할 거 같은 포스가 느껴져서 수업 종이 칠 때까지 나무 뒤에 숨어있었다 ;; 교실 안에서 조차 이리 신나게 노는 걸 보니, 이곳 아이들은 정말 행복하겠다 싶었다.
체육시간에는 거의 매일 한 번씩, 반 대항으로 '럭비 / 끈 뺏기 / 달려서 세이프존 들어가기 등' 여러 가지 게임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 생활하니 학교가 어찌 재미없을 수 있을까.
이처럼 뉴질랜드 중학교는 한국 학교에 비해서 몸을 움직이면서 노는 체육 활동에 아주 진심인 듯하다.
2. 여전히 아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놀이터'가 있다.
뉴질랜드 중학교에는 여전히 놀이터가 있다. 시시하게 무슨 놀이터냐 할 수 있겠지만, 이곳은 중학생 아이들의 모험을 자극하는 요소가 곳곳에 녹아있는, 약간 유격 훈련장 또는 체력 단련장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철제 손잡이나 타이어에 매달려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그런 느낌. 2.5M 높이에 있는 집까지 암벽 등반으로 올라가야 한다던가, 집에서는 봉을 타고 내려와야 한다던가 하는 것 말이다.
둥이가 한국에 돌아가서 가장 그리워질 게 아마 뉴질랜드의 놀이터일 거라고 말하며, 대체 한국에는 왜 이런 놀이터가 없냐며 벌써부터 아쉬워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모험 놀이터를 볼 수 없게 된 걸까? 아마도 끊임없이 들어오는 학부모들의 민원 전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녀가 소중하다는 이유로, 조금이라도 다칠 위험이 있거나 신체적으로 힘든 놀이시설이 있다면 학교에 항의해 없애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민원이 두려워 수학여행이나 소풍마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이로 인해 아이들의 사회성이 더 약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요즘 아이들 중 정신적으로 약한 경우가 많은 이유는, 이런 과잉보호 속에서 모험이나 새로운 시도를 해볼 기회조차 잃어버린 채 자라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들을 지나치게 안전망 속에 가두면 가둘수록, 결국 은둔형 외톨이나 캥거루족의 비율만 더 높아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3. 학생이나 학부모나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상은 내 책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럭비 같은 과격한 운동을 하거나, 놀이터에서 놀면서 상당히 많은 아이들이 다친다. 암벽등반을 하다가 떨어져서 찰과상을 입기도 하고, 철제 손잡이를 잡고 이동하다가 떨어져서 혹이 나는 것은 다반사다. 축구를 하다가 팔목이 부러지는 아이도 얼마 전에 있었고, 달님이도 럭비를 하다가 눈을 다친 적이 있다. 2.5미터 높이의 나무를 타다가 위에서 떨어져서 5분간 기절을 한 아이도 있었다.
이럴 때 학교에서는 어떤 책임이 있을까? 다행히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 스스로 놀다가 다친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업 중에 럭비를 하다가 다친 것도 내 책임인 것이다. 팔이 부러졌다고 해서 부모가 학교나, 다치게 한 아이 부모에게 전화를 하지 않는다. 놀다 보면 누구나가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어릴 때도 이랬었는데.. 요즘은 어쩌다가 이렇게 예민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넘어갈 수 있는 일도 변호사를 선임하며 학폭까지 가는 상황이 많다고 하던데, 사는 게 참 각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부모의 개입만 없다면 싸우다가도 일주일 정도 지나면 다시 친해질 아이들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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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생활을 하면 할수록, 이곳은 여전히 팔다리가 부러지는 동물의 왕국이긴 하지만, 다 같이 몸으로 놀면서 친해지는 낭만과 놀이에 대한 순수함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덕분에 아주 원 없이 놀고 있는 둥이다. 한국 가서가 걱정이긴 한데.. 뭐 잘 되겠지 ㅎ
뉴질랜드에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이 주어진 만큼 둥이가 이곳에서 놀이의 즐거움과 중요함을 깨달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