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적 고유함이란 무엇인가.'
이 책에는 4명의 인물이 나온다. 늘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숨긴 채 살아온 주인공 '영혜', 최선보다는 차선을 선택하며 삶을 영위했던 영혜의 '남편', 누군가를 위한 예술을 하면서 방황했던 영혜의 '형부', 감정을 억누른 채 나아가기만 했던 영혜의 '언니'.
책은 1부 '채식주의자', 2부 '몽고반점', 3부 '나무 불꽃', 이렇게 나눠져 있으며 모두 영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1부는 남편의 시선으로, 2부는 형부의 시선으로. 3부는 언니의 시선으로 영혜를 서술한다.
...
1부에는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는 영혜와 평범한 그녀의 남편이 나온다. 애정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영혜를 서술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녀의 남편은 최선보다는 차선을 선택하며 살아온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가 영혜를 배우자로 맞이한 이유는, 그녀에게 특별한 매력도, 특별한 단점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결혼이라는 사회적 울타리 안에 무난한 그녀를 선택해 들어갔을 뿐이다.
P10-11
내 기대에 걸맞게 그녀는 평범한 아내의 역할을 무리 없이 해냈다. 아침마다 여섯 시에 일어나 밥과 국, 생선 한토막을 준비해 차려주었고, 처녀시절부터 해온 아르바이트로 적으나마 가계에 보탬도 주었다.
아내는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 나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일은 드물었고, 내 귀가시간이 아무리 늦어도 관여하지 않았다. ... 내가 오후 내내 텔레비전 리모컨을 쥐고 뒹구는 동안 아내는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 사실 그런 아내와 산다는 게 그다지 재미있는 일일 리는 없었다.
그렇게 대면대면하게 살아오던 어느 날 새벽,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난 남편은 냉장고를 우두커니 마주 보고 있는 영혜를 마주한다. 뭐 하고 있냐는 그의 물음에, 그녀는 "..... 꿈을 꿨어."라고 대답한다. 다음날, 그녀는 냉장고에 있던 모든 고기와 생선을 버린 후 채식주의자가 되어버린다.
영혜의 평범함이 좋아서 결혼한 그였기에 그녀를 알리 만무하다. 솔직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채식주의자로 변한 그녀를 보며 독백을 한다.
P24
그런데 이제 아내가 차려놓은 식탁은 무슨 꼴인가. 비스듬히 의자에 앉은 아내는 한눈에도 맛없어 보이는 미역국을 입에 떠넣고 있었다. 밥과 된장을 상추에 싸서 볼이 불룩하게 넣고 씹었다.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여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2부에는 사회의 억압에 길들여지길 거부한 채 자신의 고유한 본성을 드러내는 영혜와 형부가 나온다. 규범의 틀 안에서 바라보면 그들의 행동은 너무나 기괴하게 보이지만, 두 사람만큼은 억압을 벗어나 서로의 본질을 꿰뚫어 본다. 그래서 아름답고, 또 그래서 슬픈 장면이 아닐까 싶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형부는 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있다는 아내(인혜)의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자신이 은밀하게 꿈꿔오던 예술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처제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P84
그는 스케치북을 펼쳤다. 벌거벗은 남녀의 나실들에는 부드럽고 둥근 꽃잎들이 화려하게 바디페인팅되어 있었고, 그들의 교합된 자세는 다소 적나라했다. 긴장된 근육을 느끼게 하는 허벅지, 꽉 조인 엉덩이, 무용수와 같은 깡마른 상체들이 아니었다면 단순히 도발적인 춘화처럼 보였을 것이다.
P86
처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사실과, 벌거벗은 남녀가 온몸을 꽃으로 칠하고 교합하는 장면을 불가해할 만큼 정확하고 뚜렷한 인과관계로 묶여 그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그의 스케치 속의 여자는 얼굴이 잘려 있을 뿐 처제였다. 아니, 처제여야 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처제의 알몸을 상상해 처음 그리고, 작고 푸른 꽃잎 같은 점을 엉덩이 가운데 찍으며 그는 가벼운 전율과 함께 발기를 경험했었다.
P103
그 모든 기억 위로 푸른빛 몽고반점이 찍혀 있었다. 퇴화된, 모든 사람에게서 사라진, 오로지 어린아이들의 엉덩이와 등만을 덮고 있는 반점. 오래전 갓난 아들의 엉덩이를 처음 만지며 느꼈던 말랑말랑한 감촉의 희열과 겹쳐져, 그녀의 한 번도 보지 못한 엉덩이는 그의 내면에서 투명한 빛을 발했다.
형부도 그녀와 결이 비슷한 사람이었다. 자유를 꿈꾸는 예술인, 그러나 사회적 규범 속에서 자신의 고유성을 표현하기보다는 남들이 원하는 예술을 만들던 사람. 그래서 늘 혼란스럽고 방황하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영혜의 원초적인 행동을 바라보며 문득 자신의 본질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P97-98
피비린내 나는 옷을 버리는 대신 공처럼 뭉쳐 들고 택시에 오르며, 그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마무리했던 작업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것들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것으로 기억된다는 데 그는 놀랐다. ... 그는 문득 구역질이 났는데, 그 이미지들에 대한 미움과 환멸과 고통을 느꼈던 동시에 그 감정들의 밑바닥을 직시해 내기 위해 밤낮으로 씨름했던 작업의 순간들이 일종의 폭력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다시 말해, 그것들을 다룰 수 있었을 때 그는 충분히 그것들을 미워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혹은, 충분히 그것들로부터 위협당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십여 년 동안 자신이 해온 모든 작업이 조용히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가 알았던, 혹은 안다고 믿었던 어떤 사람의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던 예술을 몽고반점이 있는 처제와 함께 하길 꿈꾸며 다시 태어나기 시작한다.
P112-113
"내 부탁은... 모델이 되어달라는 거야. 내 전시회에 와본 적 있지? 비슷한 비디오작업이야.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단지... 옷을 벗어야 하는데. 옷을 벗고, 몸에 물감칠을 할 거야. 그러고 있으면 돼. 촬영이 끝날 때까지. 꽃을 그릴 거야."
할 말을 다 했다고 여겨졌으므로, 거의 체념한 채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아이스크림을 보았다.
"... 어디서요?"
P120
"옷을 벗어."
우두커니 서서 창밖의 백양나무들을 보고 있는 그녀에게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낡은 바지를 벗자 두 개의 흰 엉덩이가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숨을 죽인 채 그녀의 엉덩이를 보았다. ... 반점은 과연 엄지 손가락만 한 크기로 왼쪽 엉덩이 윗부분에 찍혀 있었다. 어떻게 저런 것이 저곳에 남아 있는 것일까.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약간 멍이 든 듯도 한, 연한 초록빛의, 분명한 몽고반점이었다. 그것이 태고의 것, 진화 전의 것, 혹은 광합성의 흔적 같은 것을 연상시킨다는 것을, 뜻밖에도 성적인 느낌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식물적인 무엇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그는 가지를 치지 않은 야생의 나무 같은 힘이 느껴지는 처제의 몸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을, 자신이 간직했던 고유함을 표현하며 희열을 느낀다.
P122
먼저 그녀의 어깨까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목덜미에서부터 꽃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주와 빨강의 반쯤 열린 꽃봉오리들이 어깨와 등으로 흐드러지고, 가느다란 줄기들은 옆구리를 따라 흘러내렸다. 오른쪽 엉덩이의 둔덕에 이르러 자줏빛 꽃은 만개해, 샛노란 암술을 도톰하게 내밀었다. 몽고반점이 있는 왼쪽 엉덩이는 여백으로 남겼다. 대신 푸르스름한 저 주변으로 그보다 흐린 연둣빛을 큰 붓으로 깔아, 연한 꽃잎 그림자 같은 반점이 도드라지게 했다.
붓이 스칠 때마다 간지러운 듯 미세히 떨리는 그녀의 육체를 느끼며 그는 전율했다. 그것은 단순한 성욕이 아니라, 무언가 근원을 건드리는, 계속해서 수십만 볼트의 전류에 감전되는 듯한 감동이었다.
P124
그제야 그는 처음 그녀가 시트 위에 엎드렸을 때 그를 충격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모든 욕망이 배제된 육체, 그것이 젊은 여자의 아름다운 육체라는 모순, 그 모순에서 배어 나오는 기이한 덧없음, 단지 덧없음이 아닌, 힘이 있는 덧없음. 넓은 창으로 모래알처럼 부서져내리는 햇빛과, 눈에 보이진 않으나 역시 모래알처럼 끊임없이 부서져 내리고 있는 육체의 아름다움.... 몇 마디로 형용할 수 없는 그 감정들이 동시에 밀려와, 지난 일 년간 집요하게 그를 괴롭혔던 성욕조차 누그러뜨렸던 것이었다.
영혜의 꾸밈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마주하며, 그는 그녀의 전남편을 떠올린다.
P127
엎드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덧없는 아름다움으로 누워 있는 그녀의 모습은 누선을 건드릴만큼 강렬한 것이었다. ... 그것은 구석구석 일체의 군더더기가 제거된 육체였다. 그는 그런 육체를, 육체만으로 그토록 많은 말을 하는 육체를 처음 보았다. ... 사십 년 가까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찬란한 희열이, 몸속 알 수 없는 곳에서 조용히 흘러나와 자신의 붓끝에 고이는 것을 그는 침묵 속에서 느꼈다.
P126
그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제 동서라고 부를 필요도 없게 된 그녀의 옛 남편의 얼굴을 떠올렸다. 감각적이고 일상적인 가치 외의 어떤 것도 믿지 않는 듯 건조한 얼굴, 상투적이지 않은 어떤 말도 뱉어본 적 없을 속된 입술이 그녀의 몸을 탐했을 거란 상상만으로 그는 일종의 수치를 느꼈다. 둔감한 그는 그녀의 몽고반점을 알기나 했을까. 알몸의 두 사람을 상상한 순간, 그것은 모욕이라고, 더럽힘이라고, 폭력이라고 그는 느꼈다.
아이러니하게도 형부가 영혜를 바라보듯, 영혜의 남편은 처형의 정갈함을 꿈꿨다.
P51
나는 손윗동서가 부러웠다. 미대를 나와 작가라고 행세하긴 하지만 생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서였다. 물려받은 재산이 있다지만, 벌지 않고 쓰기만 해서는 한계가 있다. ... 게다가 처형은 예전의 아내처럼 음식솜씨가 좋다. ... 적당히 살이 붙은 처형의 몸매, 사근사근한 말씨, 커다랗게 쌍꺼풀진 눈을 바라보며, 나는 내가 잃고 살아왔을지 모를 많은 것들을 아쉬워했다.
3부에는 주어진 삶에 충실하기 위해 자신의 고유성을 말살시키면서까지 최선을 다하는 언니 '인혜'가 나온다. 언제나 희생만 하며 살아왔기에 감정표현을 할 줄 모르는 그녀의 모습이 굉장히 안쓰럽다.
그녀는 맏딸로서, 돈을 못 버는 예술가 남편의 아내로서, 늘 책임감을 달고 사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에게 투정을 부리기보다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했던 그녀라 할 수 있다.
P203
그녀는 계속해서 살아갔다. 등뒤에 끈질긴 추문을 매단 채 가게를 꾸려나갔다.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스스로 감당할 줄 알았으며, 성실은 천성과 같았다. 딸로서, 언니나 누나로서, 아내와 엄마로서, 가게를 꾸리는 생활인으로서, 하다못해 지하철에서 스치는 행인으로서까지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그녀의 독백을 통해 영혜의 삶도, 그녀의 삶도 어렴풋이 알 수 있을 뿐이다.
P230-231
아버지의 손찌검은 유독 영혜를 향한 것이었다. 영호야 맞은 만큼 동네 아이들을 패주고 다니는 녀석이었으니 괴로움이 덜했을 것이고, 그녀 자신은 지친 어머니 대신 술국을 끓여주는 맏딸이었으니 아버지도 알게 모르게 그녀에게만은 조심스러워했다. 온순하나 고지식해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지 못하던 영혜는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고 다만 그 모든 것을 뼛속까지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제 그녀는 안다. 그때 맏딸로서 실천했던 자신의 성실함은 조숙함이 아니라 비겁함이었다는 것을. 다만 생존의 한 방식이었을 뿐임을.
P232
그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그것을 부지중에 알면서 그녀는 그와 결혼했다. 혹 그녀에게는 자신을 좀 더 위로 끌어올려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던 건 아닐까. 비록 그가 하는 일은 경제적 보탬이 되지 않았지만, 교육자와 의사가 대부분인 그의 집안 분위기를 그녀는 좋아했다. ... 처음의 얼마 동안은 여느 부부들처럼 그와 크고 작은 언쟁을 하기도 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체념할 수 있는 것들은 체념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그를 위한 것이었을까. 함께 살았던 팔 년 동안, 그가 그녀를 좌절시킨 만큼 그녀 역시 그를 좌절시켰던 것은 아닐까.
인혜는 남편보다는 그의 집안이 좋아 결혼을 선택했기에, 그를 알리 만무하다.
P234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의 눈을 그녀는 또렷이 기억했다. 공포에 질린 그 얼굴은 낯선 것이었다. 그녀가 그토록 존경하려 애썼던 사람, 인내하고 보살피기 위해 몸을 으스러뜨렸던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녀가 안다고 생각했던 그는 한갓 그림자에 불과했다.
나는 당신을 몰라.
결국 그녀는 자신은 살아있었다기 보다 견뎌온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P237
문득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사실이었다.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 전의 어린 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선량한 인간임을 믿었으며, 그 믿음대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 성실했고 나름대로 성공했으며,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락한 가건물과 옷자란 풀들 앞에서 그녀는 단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P242
그녀는 이미 깨달았었다. 자신이 오래전부터 죽어 있었다는 것을. 그녀의 고단한 삶은 연극이나 유령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의 곁에 나란히 선 죽음의 얼굴은 마치 오래전에 잃었다가 돌아온 혈육처럼 낯익었다.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그녀는 문득 한 장면이 떠오른다.
P263-264
그녀는 덩굴처럼 알몸으로 얽혀 있던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것은 분명히 충격적인 영상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성적인 것으로 기억되지 않았다. 꽃과 잎사귀, 푸른 줄기들로 뒤덮인 그들의 몸은 마치 더 이상 사람이 아닌 듯 낯설었다. 그들의 몸짓은 흡사 사람에서 벗어 나오려는 몸부림처럼 보였다.
결국 영혜도, 남편도, 형부도, 인혜도, 모두 각자가 정한 틀 속에 자신을 가둔 채, 나만의 생존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며 스스로에게 폭력을 가했던 것이다. 그것을 깨고 나온 '영혜'와 그녀를 바라보며 용기를 내는 '형부', 여전히 규범 속에 살고 있는 '인혜와 남편(독자)'. 이렇게 사회 규범 안팎의 인물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묘한 긴장과 괴리감이 감돈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2가지의 물음이 떠올랐다. '사회는 과연 인간이 가진 고유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허용할 수 있는 힘이 있는가?'와 '인간은 이 사회에서 나의 고유함을 투명하게 내비칠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이다.
사회의 억압에 길들여져 살아가는 모든 개인은 결국 피해자이다. 그러나 그러한 세상 속에서 자신의 것을 찾지 않은 채 생존만을 위해 살아가기 때문에, 가해자이기도 하다. 나아가 규범 속에서 살아가도록 만드는 이 사회는 우리를 지켜주는 울타리인 동시에 또 다른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 복잡한 세상을 주관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영혜의 몽고반점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잃지 않는 나만의 고유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것이 한강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