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2
[본가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이야기 2]
숙이 씨는 오일장을 좋아한다.
하지만 허리 통증이 재발하고 8월 초 수술을 하면서
오일장은 몇 달간 가지 못했다.
혼자는 못 가실 것 같아
숙이 씨와 같이 오일장에 갔다.
또 밥상을 차리기도 귀찮으니 끼니도 해결하고 올 심산이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갔다.
버스에 내려 신호등을 건너는데
초록색 숫자가 1로 바뀔 때가 되어서야
숙이 씨는 겨우 건널목 맞은편 근처에 도달했다.
나도 그 속도에 맞추어 걸으며
'어렸을 땐 엄마가 내 걸음에 속도를 맞춰주었겠지'
생각한다.
어릴 적 시장에 가면 할머니 칼국수를 꼭 사 먹었다.
당시 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칼국수였는데
다 먹고 싶어도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어린 나에겐 양이 많았다.
그 할머니 칼국수집은 아직도 있냐고 여쭤보니
그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한다.
오늘은 들깨칼국수를 먹었다.
이 들깨칼국수도 고소하니 참 맛있다.
이제 난 한 그릇 뚝딱이다.
늦게 가기도 했지만
날도 너무 더워
살 것은 없어
집으로 향했다.
어릴 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엄마가 나를 업고 갔으면 했다.
(딱히 업어주신 기억은 없다.)
숙이 씨가 천천히 걷는 모습을 보니
이젠 내가 엄마를 업어 주어야 하는데 싶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엄마가 더 무겁다.)
대신 택시를 탔다.
예전 같으면 절대 택시를 타지 않았을 숙이 씨.
숙이 씨 입에서 먼저 택시 타자는 말이 나온다.
다시 그 건널목을 건넌다.
초록색 숫자가 1이 되었지만
우린 아직 건널목 끝에 다다르지 못했다.
본가에 오길 잘했다.
숙이 씨와 오손도손 보내는 시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