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30
1. 습기 머금어 천근만근…“올겨울 습설·극지성 폭설 잦을 것”
-11월 29일 자 한겨레 2면 헤드라인
좋은 이유: (어제 신문을 오늘 읽고 있다.)
'습기 머금어 천근만근'이 부분이 맘에 든다. 대부분의 헤드라인은 '눈폭탄', '최대 적설량', '교통 대란' 이런 말들이 나올 것 같은데, '습설'이라는 점을 일간지에서 이렇게 표현하다니, 기자님이 헤드라인을 뽑은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눈이 습기를 머금어 무거워지는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하다.
2. "아주 기분 좋은 저녁이다. 이런 때는 온몸이 하나의 감각기관이 되어 모든 땀구멍으로 기쁨을 들어마신다. 나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 기묘한 해방감을 느끼며 마음대로 돌아다닌다."
-<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 중 고독 by 헨리 데이비드 소로 p. 17
좋은 이유:
처음으로 그 유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글을 읽었는데,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반했다. 세상에, (눈도, 코도 아니고) 땀구명으로 기쁨을 들이마신다니... (참고로 난 매우 건조한 사람인데, 오늘 내가 감성적인 건지, 아니면 이 글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건지 궁금하다.)
영문을 찾아보니:
This is a delicious evening, when the whole body is one sense, and imbibes delight through every pore. I go and come with a strange liberty in Nature, a part of herself.
이것은 소로의 힘 만은 아닌 것 같다. 번역자(박산호)께도 Kudos!!!
첫 절을 문장으로 잘라낸 용기가 좋다.
게다가, 'delicious'에 꽂히지 않고 '아주 기분 좋은 저녁'으로 담백하게 표현한 선택이 좋다.
마지막 문장을 보니 번역자가 영어에 대한 이해력도 너무 좋지만, 국어 실력도 참 좋으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