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순간

10년 파트너

by HannaH

10년 동안 쓴 하얀색 랩탑이 있다.

당시 용산 전자상가에 가서 발로 뛰어 산 녀석이다.

10년 쓴 랩탑


몇 개월 전부터 새로운 노트북을 구입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 검색도 해보고

어떤 사양을 사야 할지 이리저리 물어도 보고 그랬다.


이 녀석도 그것을 알아챘는지

2주 전쯤 갑자기 전원을 연결한 상태인데도

배터리가 45% 정도밖에 충전되지 않았다.

1주 전엔 35%로 뚝 떨어졌다.


나도 안다.

노트북이 귀가 달린 것도 아니고

그것을 알아챌 리 없다는 것을...

그저 배터리 수명이 다했다는 것을...

하지만 기계도 뭔가를 알아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0년 간

키보드를 몇 십억 번을 두드려가며

이 녀석의 화면 만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일했다.


혼자 하는 작업 속에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동료라 할 수 있으니

뭔가 알 수 없는 유대감이 생긴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일이 있으면

백팩에 이 녀석을 넣고 집 앞 카페로 향했다.

한 번은 급히 집에 간다고 손에 들고 가다

떨어뜨렸는데,

다행히 모서리만 조금 부서졌을 뿐

멀쩡했다.

별 고장도 없는 튼튼한 녀석이었다.


그래도 그 뒤론 가방에 꼭 넣어 다녔다.

이 녀석과의 마지막 날,

집 앞 카페에서

작업 중이던 파일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양팔로 끌어안고

집으로 향했다.


여기가 같이 출퇴근하던 길이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Die with a smile을 같이 들었다.




하얀 랩탑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어.

마지막 파일을 마무리할 때까지 버텨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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