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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핸내 Jun 05. 2023

5. 서울에서 쓰는 곡성 이야기

시골살이 적응기 '나로 살기로 핸내' 2023년 4월 9일

시작하며

처음으로 서울에서 쓰는 나살핸이네요. 늘 나살핸을 쓰는 일요일은 바빴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 책상에 앉아 노션에 기록해둔 글감을 확인해요. 약간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며 글을 써요. 간단한 아점을 먹고 온라인 예배를 드려요. 예배가 끝나면 다시 글을 써요. 여유로울 때는 요가를 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쓸 준비를 해요. 오늘은 침대 위에서 글을 쓰네요. 


대지에 입맞춤을(Kiss the Ground)

긁어온 낙엽 뿌려주기

농사를 하며 가장 절실하게 체감하는 것은 '기후위기'예요. 전라남도에서 봄을 보내며 제일 자주 받는 재난문자는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불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예요. 봄가뭄과 늦서리 피해로 인해 기존에 직파(*밭에 바로 씨앗을 뿌림)하던 씨앗들도 안전하게 모종(*모종트레이에 씨를 뿌려 키우는 것)을 낸다고 해요. 갑자기 기온이 확 올라 꽃들이 일찍 모습을 드러내고, 땅은 씨앗이 버티기에 너무 메마르고, 갑자기 추워져 웬 서리가 내리고. 지구가 계속해서 이상기후로 재난문자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기후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직업은 '농부'가 아닐까 싶어요. 저 또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지속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이번 주엔 '대지에 입맞춤을(2020)'이라는 넷플릭스 환경 다큐멘터리를 보았어요. 기후위기 시대에 토양을 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다큐였어요.


기존의 농사는 땅을 갈고(경운) 화학비료를 사용해 소품종 대량생산의 방식으로 단기적인 생산성을 높여요.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땅속 미생물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요. 토양을 훼손하고, 그로 인해 땅에 저장되어있던 물과 탄소가 방출되어요. 토양침식과 토양이 흙먼지로 변하는 사막화를 가속화해요. 현재 전 세계 토지 면적의 2/3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요. 경운할수록, 화학비료를 사용할수록 토양은 약해지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또 화학비료를 구입해 사용하는, 산업형 농업의 악순환. 


산업혁명, 녹색혁명으로 인간이 더 풍요롭게 살게 된 것일까요?? 현재로서 인간은 인간이 저지른 것들을 수습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요. 이미 너무 많은 탄소를 배출해서 당장 플라스틱 빨대 하나 안 쓰는 거, 재활용하는 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대요. 탄소배출량 감소 논의를 넘어서, 대기 중 탄소를 저장하는 방법에 관심을 가져야 한대요. 식물, 땅속 미생물은 엄청난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어요. 흙이 건강해지면 그 안에 있는 식물의 뿌리, 미생물은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겠지요. 더 이상 숲이 파괴되지 않고, 흙을 다시 살리기에 힘쓰길 바라요.


누군가 기후위기에 대해 색다른 질문을 던졌어요. "기후위기로 인해 인간이 멸종하는 것이 오히려 지구에 더 나은 일 아닐까요?"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기후위기는 더 가난하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 먼저, 불평등하게 찾아오는 것을 생각하면,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겠어요. 모든 인간이 '지구를 위해 멸종하자!'는 말에 동의한 것도 아니니. 그리고 인간으로 인해 동식물은 무슨 죄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멸종하더라도 인간이 지구에 저지른 것은 인간이 어느 정도 수습하고 죽는 것이 도리가 아닌지 생각해보며... 질문의 답을 마무리해봅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전 세계 인간이 함께하는 팀플이라던데, 부디 팀플을 잘 해내길 바라고 있어요. 덧붙여 환경을 지키는 일이 단순히 개인의 책임으로만 부과되지 않길, 사회구조가 자연스럽게 환경을 지킬 수 있도록 바뀌어나가면 좋겠네요. 무경운, 화학비료 사용하지 않는 농가에 경제적 지원을 해준다랄까...


이 글을 쓰며 새삼 부끄러워지네요. 머리로는 끊임없이 생각하지만, 사소한 실천조차 눈치 보고 어려워하는 여전한 저의 일상이 떠올라서요.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다큐멘터리를 보며 계속 들었던 질문은 "땅도 없고 흙도 없는 도시에서 산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였어요. 나름의 답을 정리해보았는데요. 첫 번째로 '흙을 살리는 것이 기후위기에 중요한 대응 방법일 수 있다.' 를 인지하고 계속해서 관심 갖는 거예요. 두 번째는 '유기농으로 재배된 농산물을 소비하자!', 세 번째는 '친구들에게 알리자.'예요. 이전까지는 유기농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이 그저 나의 건강을 위한 일이라고만 생각했기에 딱히 관심이 없었어요. 하지만 다큐를 본 후, 유기농 농산물 소비가 흙을 살리고, 유기농 농부들을 격려하고, 기후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친구 사귀었어요~

비닐하우스 철거단 출동

월요일에 밭에서 비닐하우스 철거를 했어요. 밭 너머로 잠시 서울에서 내려온 MG가 보여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어요. 철거를 깔끔히 마치고 쑥부쟁이와 개망초를 뜯었어요. 저녁에 나물 무쳐 먹으려고요! MG가 옆에서 같이 뜯어주었어요. 수다 떨면서 뜯으니깐 시간 잘 가더라고요. 마을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저의 고민을 나누었어요. "저는 누구든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웃도 친구와 같은 개념으로 생각했고요. 하지만 누군가는 이웃과 친구의 개념이 다를 수 있대요. 이웃들에게 어느 정도로 다가갈 수 있는지 고민이 들어요. 마을에 사람이 너무 한정되어있어요!" 이런 류의 고민을 나누었어요. 그렇게 MG와 대화를 나누다가 깨달았어요. '이웃과 친구는 달라!! 친구가 필요해!!'라고 말이죠. 저는 MG에게 친구 하지 않으련 제안했고, MG는 말을 편하게 하자고 제안했어요. 그렇게 갑작스럽게 친구가 생겼답니다. 이 주의 가장 큰 이슈! 마을 친구 생긴 것.


이런 일이 있었다고 서울친구에게 나누었더니, 서울에서는 이웃이라는 존재조차 없어서 '이웃과 친구의 차이'를 생각해볼 일도 없다고 하네요.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이웃이 낯설어서 이게 무슨 관계인지 찾아가는 과정이었네요.


추가로 혼자 생각해본 친구의 정의는 '특정 집단 혹은 프로젝트로 묶여있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마음을 주고받고 싶은 사람, 나와 상대가 의지적으로 관계를 이어감, 얘기할 때 마음이 통함.' 추상적이지만 이런 식으로 정의해보았답니다. 


친구들이 날 돌본다

그렇게 한창 친구들이 그리워질 즈음, 서울에 왔어요. 금요일 밤엔 전 룸메와 함께 잠을 청했고, 토요일 점심엔 대학 동아리 언니와 춤을 배우고, 저녁엔 사회복지로 만난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어요. 잔뜩 채워진 마음으로 '너무 행복했어...'라는 말을 되뇌었고, 행복하게 잠들었어요. 친구들과의 만남이 종종 필요하겠어요. 친구들을 만나며 얻는 에너지와 애정, 자극과 그 외에 얻어가는 질문과 생각정리 등등. 이런 것들이 저를 싱그럽게 해요. 

교회 사람들과 원주에서

마무리하며

오늘은 제가 배운 것들을 공유하고 싶었는데 설명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여전히 글을 쓰고 정리하는 것이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계속 말하고 정리하고 쓰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주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한 주간도 평안하시길 바라요:)


이 주의 사진

다같이 책담에서 '대지에 입맞춤을' 보기
벚꽃눈~
촘촘히 붙어있던 토마토를 떼어내
신문지 포트로 옮겨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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