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 않아 아름답고, 친근하려 하지 않아 곁이 되는

열다섯 번의 낮 :: 신유진

by 해나책장

김현경 선생님의 [사람, 장소, 환대]는 내가 참 좋아하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다정한 배려와 매너, 인격적 성숙이 사랑받을 자격이 아니라는 게 참 공감되고 좋았다.
한 사람의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배려받는 마음이 이 책이 지향하는 절대적 환대라는 게 내 마음 같았다.

내 이미지 속의 [노년]이라는 단어가 주는 기운은 성숙과 깊이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바라보고 마주하게 되는 노년은 그런 결이 아니었다.
꼬장꼬장하고 단호하고 어떤 면에서 단정하지 않았다.
그 완고함 앞에서도 예의를 갖추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쏟아야 했던 날이 많았다.
인격적인 성숙과 단정한 내면을 아름다움의 기준처럼 생각했던 내게 그런 나이 듦은 조금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서늘한 날들이 나의 시간을 스쳐갈수록
아름다움의 기준도 바뀌어갔고,
그 세월을 지나간 후에 남은 노년의 풍경들은 저마다의 빛깔로 다가왔다.
그 다채로운 빛깔 속에 있는 저마다의 삶을 견뎌낸 그 무게 들은 아름다웠다.

인생은 나그네 길 같고 생은 고단하다.
크리스천인 나에겐 죽음 너머의 삶에 대한 기대가 있고 죽음 자체가 두렵지 않고, 삶의 목적이 허무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인생은 나그네 길이고 생은 고단하다.

그 긴 긴 세월을 견뎌낸 한 노인,
사랑받으려 애쓰지도 않고, 버림받을까 전전긍긍하지도 않았던 여인, 그 무거운 삶의 무게 고스란히 지고 차마 남편과 아들의 무덤에까지 꽃을 놓아달라 부탁할 수 없어 "내 무덤에도 시들 꽃을 놓지 말아 달라" 청했던 여인의 장례식을 읽으며 '인생'이란 말과 '세월'이란 단어를 썼다가 지운다.

그 무게 앞에서 "절대적 환대"와 "존중"을 생각하게 된다.
무겁게 이고 지고 걸어온 한 사람에 대한 존중으로 나를, 당신을 바라보고 싶다.

아름답지 않아서 아름답고
친근하려 하지 않아서 곁이 되고 싶었던 친구여.

이 꼭지의 마무리가 내게 위안이 된다.




"다만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완전한 소멸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를 향한 나의 일방적인 추억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여기, 생을 다한 마리안을 적는다.
아무것도 아닌 글로 오래 남을 것이다." p.68
열다섯 번의 낮 (신유진) | 1984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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