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무엇이든 가능하다 기획을 마치며

먼 곳에 있는 당신과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

by 해나책장



첫 직장에서 만나 오래 우정을 이어온 여섯 살 연상의 친구가 있습니다.
각자의 사정으로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던 우리는
서로의 고독을 직감적으로 이해하며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국의 땅에서 자란 그녀와
이 나라에서 이방인 같은 마음으로 살았던 저의 우정은
고되고 냉정했던 사회생활 속에서
포근하고 따뜻한 이불이 되어 주었습니다.
각자가 가진 유년의 눈물들은 서로를 이해하며 조금씩 말라갔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퇴사를 하고 각각의 세상으로 걸어가며
주변의 풍경이 바뀔 때도 비슷한 영혼의 온도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
서로를 보듬으며 나아갔던 것 같습니다.

상처와 역경을 피해 갈 순 없어도
연민과 공감은 시간마다 이불이 되어 서로를 덮어준다는 걸 배워갔던 것 같습니다.

곧 그녀의 기일이 다가옵니다.
그 시절 우리가 나누던 얘기들과 서로에게 권해주던 책들을 떠올립니다.
그녀가 곁에 있었다면 아마 몇 번이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이야기를 했을 것 같습니다.
루시바턴에 대한 이야기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이야기도,
버지스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내가 무엇에 감흥하고 위로받고 치유받았는지
잘 알아주고 잘 들어줬을 그녀에게도
이 소설들은 따뜻한 이불이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 책, 무엇이든 가능하다를 읽으면서도
저는 그녀를 생각했습니다.
같이 읽고 싶은 소설이 있다고.
읽고 나서 함께 얘기하고 싶다고요.

모든 계절마다 사랑을 부탁하고 각오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강인합니다. 연민과 위로를 품은 가슴들은 놀라운 일들을 만들어 갑니다.
그 시절 소소한 우리의 일상 속에 그런 기적 같은 일들이 많았다고,
우리가 서로를 알아보고 깊은 우정을 쌓은 것도,
그 시절 각자에게 듣고 싶은 말, 들어야 했던 말, 붙들어 주는 말이 되었던 것도
그런 기적이 아니겠냐고 그런 말을 하고 싶고 듣고 싶습니다.

먼 곳에 있는 당신에게 안부를 보내며
이번 기획을 이어갔습니다.
좋은 소설을 쓰는 좋은 작가를 소개할 수 있어 기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렇게
상처 속에서도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말이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_브랜드 기획자의 노트, 무엇이든 가능하다 기획을 마치며

무엇이든 가능하다 북리뷰 영상 보기 유튜브 해나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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