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책이란 질문이고 대답이다.
늘 질문이 많은 사람인지라,
일과 일상, 관계와 방향에 대해 어떤 질문들이 생기면 나는 그걸 채워줄 책을 찾아 읽었다.
그러다 보니 늘 벌려놓은 책이 많다.
대신 읽는 도중 나의 질문들이 답을 얻거나 관심사가 바뀌면 책도 그냥 열린 채로 방치되었다.
다양한 질문과 좋은 의도로 시작된 책과의 인연이 그렇게 마무리된다는 게 조금 이상했다.
운명처럼 시작해 함께 성장해가다가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미성숙하게 마침표를 맺은 지난 연애처럼.
그래서 그런지 펼쳐진 책들은 봉합하지 못한 마음 같았다.
우리의 미성숙한 마무리에 펄펄 앓아야 했던 긴 시간처럼 그렇게 방치해두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 하나씩 마무리 하자."
하나씩 하나씩 펼쳐 놓았던 책들을 마무리해가기로 했다.
나는 어떤 질문을 가지고 하루하루 살아왔는지
답을 얻기까지 함께 동행해준 책들은 어떤 건지
그리고 나처럼 답을 찾기 위해 헤매고 있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한 방이 되어 그에게 시원함을 줄 수 있다면
나의 독서는 그보다 더 유용할 순 없겠구나.
늘 새로운 책을 궁금해하고 신간을 읽고 싶고 특히 SNS 하다 보면 남이 읽은 떡이 더 맛있어 보여 읽던 책을 마치기도 전에 새 책들을 주문하곤 했었는데 이제 나와 인연이 닿은 책들에게 예의를 갖춰 보기로 했다.
수많은 책 중에 우리의 인연이 시작되었다면
마침표는 책장을 덮으며 하자고.
한 권 한 권 성실하게 마무리해가자고 다짐해본다.
만나서 반가워요.
함께 하는 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관계를 성실히 생각하고 배려가 몸에 밴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있다.
책을 대할 때도 그 믿음 안에 들어간 나를 기대해본다.
#책장을덮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