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책 | 영국의 빈티지 무드의 크리스마스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찰스 디킨스) |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사나이의 크리스마스]와
메이브 빈치의 [올해는 다른 크리스마스]를 소개했다.
함께 읽으면 좋은 메이브 빈치의 [그 겨울의 일주일]도 함께 소개하고 싶다.
참고로 [그 겨울의 일주일]은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올해 크리스마스 책으로 소개하고 싶은 책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이다.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풍미한 소설가이다.
1812년 2월 7일 영국 남부 포츠머스 외각에서 태어난 찰스 디킨스는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다.
하급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가난하고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다.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하는
그의 시선은 이 어린 시절을 통해 형성된 게 아닐까 싶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그가 서른네 살에 출간한 소설로 하루에 육천 권이 팔려나간 이후, 영어권 사회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꼭 걸어놓는 장식품처럼 되었다고 한다.
디킨스는 가난한 사람에게 깊이 동정하고 사회적인 악습에 반격하며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기사로 작성하고 소설을 담아낸다.
그의 작품 곳곳에 그가 직접 살아낸 어린 시절과 사람들의 모형이 들어있기도 하다.
칼 마르크스는 디킨스에 대해
"정치현실과 사회 현실에 대해 전문 정치인, 정치 평론가, 학자보다 더 많은 진실을 말했다"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디킨스는 말한다.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은 앞날을 바람직하게 살아갈 수 있다"
크리스마 캐롤에도 그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모습이 스크루지 영감이 아름다운 삶의 태도를 가지게 되는 소중한 장치로 사용된다.
책의 줄거리
크리스마스 캐롤의 주인공 스크루지 영감은 작가 찰스 디킨스보다 더 유명해진 인물이다.
전 세계의 크리스마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스크루지의 이야기를 생각한다.
소설은 크리스마스 전날의 스크루지 영감의 사무실 풍경으로 시작된다.
크리스마스를 혐오하고 사람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작은 인정도 무용하다 느끼는 스크루지와
그에게 괴롭힘 당하며 추운 겨울에 난롯불도 키지 못해 촛불에 온기를 의지하는 서기가 등장한다.
기부를 요청하는 사람은 면박을 당하고 쫓겨나고,
그의 직원인 서기는 크리스마스의 휴가는 꿈도 꾸지 말라는 으름장을 듣고,
스크루지의 꼬장꼬장한 성품에도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식탁으로 그를 초대하려는 조카 역시 쌀쌀한 냉대를 받는다.
스크루지는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기 길을 가면서 인간적인 연민일랑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그런 사람이다.
찰스 디킨스는 스크루지의 조카의 말을 통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모두에게 친절을 베풀며 서로를 용서하고 자비를 실천하며 즐겁게 지내는 시기,
자신보다 딱한 사람들도 모두가 죽음을 향해 인생을 걸어가고 있는 동반자로 여기고 생각하는 시기"라고.
주변을 보지도 않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는 스크루지는 멸시에 찬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밤, 스크루지에게 세 명의 유령이 찾아온다.
세 유령은 각각 스크루지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준다.
과거의 유령은 스크루지를 그의 어린 시절로 데리고 간다.
그 장면 속에 책상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는 아이가 등장하는데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그 아이를 보고 스크루지는 눈물을 펑펑 흘린다.
아버지와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고독하고 외로웠던 자신의 어린 시절이었던 것.
그는 그 시절 아이의 시선으로 돌아가자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온 사내아이를 냉대했던 오후의 일을 생각하며 후회한다.
스크루지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자신이 도제 수업을 받은 단발머리 영감님이 베푸는 파티에 가게 된다.
함께 일하는 이들을 전부 초대해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지
크리스마스 무드에 맞는 유쾌하고 따뜻한 장면이 펼쳐지고 초대받은 모두가 행복해한다.
그런 행복에 단발머리 영감님은 겨우 몇 파운드를 썼을 뿐인데 말이다.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와 교장 선생님, 그리고 자신의 유일한 친구 딕과 함께 초대받았던 단발머리 영감님의 파티 장면을 연이어 보던 스크루지의 마음엔 새로운 감정이 돋아난다.
입에서 나오는 말과 무심코 짓는 표정 하나하나가 우리를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한다는 걸
이해하게 되면서 자신이 오후에 했던 행동들을 떠올리며 시간을 돌리고 싶어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유령이 찾아와 현재를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도 찰스 디킨스가 그 시대가 가진 자본주의와 물신숭배를 비판하는 시선을 가졌다는 게 잘 드러난다.
스크루지는 자본주의 속 화려한 크리스마스와 뒷골목의 가난한 사람들의 크리스마스를 대비해서 보게 되고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가난한 가정의 자녀들의 건강을 염려하고 유령에게 울부짖는다.
"현실에선 실제로 저 아이들이 괜찮나요, 건강해졌나요, 제발 알려주세요."
과거에서 어린아이의 시선을 찾은 스크루지는, 현재에서는 가난한 이웃들의 삶을 깊이 연민하는 마음을 얻게 된다.
그리고 스크루지는 세 번째 유령과 함께 미래로 간다.
그의 미래에서는 아무도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거나 연민하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된다.
스크루지는 지난 자신의 삶을 후회하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죽음 이후에는 기회가 없다.
찰스 디킨스가 스크루지의 과거, 현재, 미래의 여행을 통해 보여준 광경 속에는 19세기 영국 거리의 엔틱 한 풍경과 크리스마스 무드, 그리고 그 시절의 물질주의와 가난, 소외된 사람들,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기며 서로를 용서하고 함께 연대하자는 간곡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나는 크리스천이라서 죽음 이후의 영원한 세계가 이어진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의 과정들을 모두 하나님 앞에서 평가받는다는 마음을
중심에 가지고 있어서 이것을 염두에 두고 일상의 사소하고 중요한 결정들을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에게 허락된 현실에서 나와 이웃을 배려하고 좀 더 다정하게, 좀 더 사려 깊게, 좀 더 책임감 있게
자기 자신을, 그리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살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
찰스 디킨스가 가진 중심 가치들이 저의 삶의 방향성과도 잘 맞아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에서 스크루지의 이웃들, 서기의 이름이 보브라는 것, 조카의 이름이 프레드라는 건 이 책의 마지막에서야 나온다.
스크루지가 변한 후에 그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원서에서도 그런지는 확인해봐야 한다)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준다는 건 그만큼의 존중과 친밀함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거니까.
누군가가 다정하게 불러주는 이름이 우리의 크리스마스에도 있다면 좋겠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읽으며 행복의 조건은 사랑과 관계, 존중 그리고 소외된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고
죽음을 향해 가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존중하고 내 삶에 초대하고 배려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스크루지는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며 다시 자신에게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크리스마스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일 년 내내 그런 마음으로 살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스크루지는 어떻게 변했을까?
해나의 한 줄 요약 : 사랑과 존중, 선행이 우리의 크리스마스를 장식하는 오너먼트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