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한 끼의 위로가 필요할 때 읽는 책
고독한 미식가 (다니구치 지로 지음/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상반기는 무척 분주하다.
부지런히 달리며 하반기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일 년 농사를 짓듯 상반기를 보내고 나면 시간과 자금의 여유를 가지고 하반기를 맞이할 수 있다.
그러면 그때 중요하고 장기적으로 빛날 일들을 위해 시간과 자금을 쓸 수 있다.
그래서 상반기는 나에게 엄격하고 분주하게 몰아붙여 일하는 시기이다.
그렇게 쉴 틈 없이 분주하면 금방 지치지 않냐고?
그런 자발적 의지로 하는 노력이 나를 지치게 하진 않는다. 오히려 피로는 내가 하는 일에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 때, 작은 공감도 끌어내지 못할 때, 자주 대화하는 사람과 핑퐁이 안 될 때 온다.
우리는 그렇게 돌아오지 않는 마음에 닳는다.
더 나아갈 에너지는 그런 소소한 마음들에서 충전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바로 따뜻한 한 끼의 위로이다.
경주마처럼 달리면서 혼자 달리는 것 같아 번아웃이 올 때, 마음이 마음에 전달되지 않을 때, 내일도 아침부터 감당해야 할 막중한 일들로 머리가 가득 찰 때 맛있는 걸 찾아 떠나자.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는 사십 대 초반의 싱글 남성 직장인, 내성적이고 잔잔한 성격을 가진 미식가이다. 외국에서 잡화를 수입하는 무역업자인 그는 외근이 많다. 대체로 일을 마치고 낯선 곳에서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들어가는 밥집.
먹고자 했던 것을 먹기도 하고, 가게에 메뉴가 없어서 다른 음식을 먹기도 한다.
한 끼를 천천히 먹으며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누구의 방해를 받지도 않고 작은 위안을 얻으며 한 끼를 먹는다.
맛있게 먹는 표정, 맛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대사, 그리고 만족스럽게 나오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의 옆 테이블에서 나도 혼밥을 하며 같은 메뉴를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책을 읽다 보면 먹는 행위 자체가 그에게 위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리하며 사는 삶 속에서 작은 위안을 얻는 짧은 시간을 그의 일상 속에 포함시킨다.
그가 먹는 한 끼 한 끼가 무리하는 삶 속에서 다시 나아가는 힘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단단한 마음은 정갈한 한 끼에서 나온다는 믿음이 있다.
고독한 미식가를 읽고 있으면 힘들고 막막한 순간일수록 한 끼를 잘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연재된 만화이다.
1997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책이 너무 좋아서 유튜브에서 일본에서 방영된 고독한 미식가 드라마를 찾아보았다.
다니구치 지로의 팬심으로 읽은 책인데 봐도 봐도 좋다.
마음이 서늘한 날일 수록 음식은 더 따뜻하게.
간은 세지 않도록.
혼자 하는 모든 걸 잘하고 좋아하는 편이지만 유일하게 못 하는 혼밥.
올해는 밖에서도 혼밥을 많이 도전해보고 싶다.
이노가시라 고로처럼 맛있게 먹고 만족스럽게 나와야지.
#다니구치지로 #고독한미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