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퍼키스의 사진 강의 노트 중에 '사진과 시 Photography and poetry'라는 꼭지가 있다. 여기서는 사진이 담아내는 은유와 애절함을 이야기한다. 사진은 회화와 조각 같은 시각적인 분야보다 시와 음악에서 받는 느낌과 더 비슷하다. 사진과 글은 늘 '무엇'에 대해 쓰는 것이기에 그 대상에 대한 묘사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사실이 보여주는 진실'보다 '감정이 보여주는 진실'이 더 중요했던 세계. 필립 퍼키스는 사실주의와 추상주의가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이 꼭지에서 설명한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글을 쓰면서도, (나 같은 경우는 직업적으로 기획물을 표현하면서도) 잘 정돈된 직관적인 대상에 깊이 있는 인사이트(추상성)를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해나의밑줄_브랜딩
"사실 이 문제는 매우 까다롭다. 사진이 가장 표현하기 힘든 매체 가운데 하나인 까닭은 시각 매체로서 사진이 독특하고 강렬한 묘사의 특성을 가진 동시에 바로 이 특성 때문에 사진의 내용은 객관적 사실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 점이 바로 사진의 역설이다.
나는 양극단에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던 사실주의와 추상주의가 실은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이치를 이해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 일단 이 역설을 받아들이자 무언가 심오한 것이 내 마음 바닥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사진과 시) p.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