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여름의 일이 있다.

요시유키 오쿠야마의 신간 사진집 <flowers>

by 해나책장


여름의 집에는 '여름의 일'이 있다.

나에게 여름의 일은 '집에서 평화롭게 나의 일상을 잘 가꾸어 가는 일'이다.

여름 야채가 가득 들어간 카레와 샐러드를 먹고, 한라봉청에 탄산수를 넣은 달콤한 에이드를 마신다.

해가 저물면 야외 테라스에 나와 이와이 슌지 감독의 '하나와 앨리스 ost'를 들으며, 느리게 읽히는 책을 골라 읽는다.

음악 이야기나 음악에 몰입해 인생을 걸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다.

해가 한풀 꺾여 서늘해진 밤공기와 처음으로 반려 식물 키우기에 성공한 스위트 바질 화분의 향기가 옅게 깔린다.


올해 여름엔 요시유키 오쿠야마의 신간 사진집 [flowers]를 내내 옆에 두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집에서 꽃, 식물, 나무 등과 집안의 풍경을 담은 사진집이다.

이 집은 지금 그의 스튜디오로 쓰고 있다.


마당이 있는 작은 집에 작업실을 두고 집에서 일하는 건 내 오랜 바람이다.

오쿠야마의 작업실은 작고 아담하다.

이 집의 가장 큰 이점은 빛이다.

빛이 아름답게 스며드는 작고 따뜻한 집.



그 집은 오래되었지만 주인이 잘 관리하여 정갈했으면 좋겠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은 나처럼 슈베르트와 바흐, 베토벤을 좋아하고, 느리고 부드럽게 소리를 뽑아내는 현악 연주로 공간을 채우며 만족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늙은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가 서로를 그루밍해주고,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은 조곤 조곤 다정한 말투를 쓰고, 작업실엔 커다란 타원형의 나무 책상과 레몬 트리가 있었으면.

새벽 다섯 시에 들어오는 빛과 저녁 여섯 시에 들어오는 석양빛이 선명하고 소담했으면 좋겠다.

내가 살고 싶은 미래의 나의 집의 모습이다.


지금의 나는 9평 남짓한 도심 한복판의 복층 오피스텔에서 감당 못할 만큼 많은 책을 쌓아두고 산다.

하지만 이 집에는 저녁이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고, 밤공기가 낭만적인 야외 테라스가 있다.

나의 마음을 달래주는 노래가 흐르고 문장은 나를 다독인다.

그런 시간들이 문득문득 눈물 날만큼 좋아서, 내일도 잘 살아갈 거라고 노력하지 않아도 믿게 된다.

이 공간에서의 위안을 신뢰하게 된다.


요시유키 오쿠야마(Yoshiyuki Okuyama)는 개인 작업과 여러 상업 작업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작가다.

"이 책은 할머니와의 대화이자 내 삶을 담은 포트레이트이다."라고 말하는 이 사진집은 내가 가꾸어 가고 싶은 여름을 닮았다.

습하고 열기가 많아 자주 지치는 계절이지만, 우리에겐 집이 있고 집에는 여름의 일이 있는 것이다.

계절이 지나기 전에 여름의 낭만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께 요시유키 오쿠야마의 <flowers>를 추천하고 싶다.




추신 :


사진집을 볼 때는 부디 이와이 슌지 감독의 하나와 앨리스 ost를 들으며 한라봉 에이드를 마셔주세요.

제가 이 여름, 나의 작은 집에서 받은 청량하고 따뜻한 감동이 그곳에 가 닿을지도 모르니까.





IMG_0408.JPG
IMG_0409.JPG
IMG_0410.JPG
IMG_0411.JPG
IMG_0412.JPG
IMG_0414.JPG
IMG_0415.JPG
IMG_0416.JPG
IMG_0417.JPG
IMG_0418.JPG
IMG_0420.JPG


keyword
해나책장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기획자 프로필
팔로워 262
매거진의 이전글하겐 4중 주단 (하겐 콰르텟) 베토벤 현악 4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