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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에게 내가 듣고 싶었던 말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by 해나책장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 (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이것이 지금 내가 바라고 있는 것이다." p.258

하루키는 이 책의 말미에서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말이 듣고 싶어서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
그가 어떤 말을 하는 사람인지 넉넉히 알고 있으면서도.

묵묵함과 성실함만큼 내게 위안이 되는 말도 없다.
그건 신기루가 아니라 적어도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이니까.


십 대와 이십 대 내내 나는 나의 신념을 쌓아가고 다져가는 것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것은 나를 지켜줬다.
다른 사람의 말과 선입견에 대체로 휘둘리지 않는 것을 훈련해 가는 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삼십 대에 내가 만난 건
자기화된 나의 신념 밖에 세상으로 계속 나를 내보내는 것이 그다음 단계라는 삶의 교훈이었다.

내가 굳게 붙잡고 있는 신앙 안에서도,
내가 마음을 기대 왔던 말씀과 문학 밖에서도,
나는 그것을 배워가야 했고 그것을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인생은 길고 나의 삶은 장기 마라톤을 지속하는 러너와 같아서
나의 신념과 충돌하는 사람과 세상 앞에서
균형과 미소를 잃지 않는 긴 여정을 포기하지 말자고,
어렵고 고단해도 성실하게 배워가고 성실하게 비워내자고 다짐한다.

한 달 내내 하루키와 함께 했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노래는 마이앤트메리의 '골든 글러브'였고
'마지막 남은 순간에 난 다시 일어나 내게 남겨진 시간을 준비하겠어.
아직도 게임은 끝나지 않았어. 뒤돌아설 일은 없어.'라는 가사가
자기 계발적이라 오글거리면서도 더없이 어울리고 위안이 되었다.

인생은 완급이고 너무 비장할 필욘 없으나
적절한 성실로 오늘도 내일도 다음 날에도 나아갈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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