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가능하다 | 나의 친애하는 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

상처 속에서도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말 "무엇이든 가능하다"

by 해나책장






상처와 트라우마는 힘이 세다.

어린 시절이나 나이가 들어서도 어느 순간 마음에 그어진 상처는

아물고 나서도 문득 문득 우리를 찾아와 마음을 덮어버린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로 나아간다.

나아가기 위해 우리에겐 저마다의 위로가 필요하다.

상처가 있는 사람들은 다른 이의 상처를 직감적으로 이해한다.

이 소설은 그 상처와 위로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이 제목은

상처를 아는 사람의 삶에서 피어오르는 작은 희망이다.


# 아홉 편의 단편,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작 [무엇이든 가능하다]

이 책은 전작 [내 이름은 루시바턴]과 함께

큰 그림이 완성되는 소설이다.

그래서 내 이름은 루시바턴을 읽고나서 읽으면 더 큰 감동이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아홉 편의 단편집으로 되어 있으니

각각 단편 소설로 읽어도 무관하다.

이 책은 일리노이주 앰개시를 배경으로 아홉 편의 단편이 구성 된다.

아홉 편의 단편 속 인물들은 각자의 사정이 있다.

문 밖에선 알 수 없는 복잡하고 당황스러운 사연들이

각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 폭력과 가난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일은 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 아버지는 그 일을 했고, 끔찍한 일들을 했고,

그래서 아버지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났던 거예요." p.32


전쟁은 시대가 강요한 폭력이지만

개인의 삶에 스며들어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

루시바턴의 아버지가 전쟁에서 겪은 트라우마는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불안정함과 지독한 가난 속에

움추린 채 유년기를 보낸다.

전쟁처럼 힘이 센 건 언어의 폭력들,

상처받고 위축 된 사람을 더 욺추러들게 하는 말들은

인물들의 마음 속에 깊이 박혀 때때로 그들을 찾아온다.

시간이 주는 폭력 역시 그렇다.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과

버림받은 마음으로 남아야 했던 사람들은

그 이후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아홉 편의 단편 속 인물들은 얽히고 얽혀 있어

한 사람의 사연을 다른 단편을 통해 좀 더 가까이 이해하게 된다.

읽다 보면 이해 받을 수 없는 삶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 위로



"그들 모두를 다시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그녀는 겁을 먹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장 소중하고 귀여운 딸인 에인절에게,

자기가 그녀에게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면

아마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삶이었다! 그리고 삶은 엉망이었다!

앤젤리나, 내 아이야, 제발.....p.198 (미시시피 메리 중)"



이 단편은 사랑을 찾아 떠난 메리와 남겨진 그의 딸 앤젤리나가

오랜 시간의 앙금을 지나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긴 세월 자신을 떠난 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했던

앤젤리나의 깊은 상처가 치유되는 장면이 말미에 이어진다.



"잘 자라, 리나, 어서 자.

이제 앤젤리나는 창문을 통해 바다를 응시했다.

바깥은 어두웠고 배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어머니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녀는, 앤젤리나는,

어머니가 불안정하게 길을 건너는 노인을 부축할 때

자신이 중요한 뭔가를 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잠시 천장이 훌쩍 높아졌다-

하지만 그 순간은 말 그대로 잠시일 뿐이고,

자신은 영원히 아이일 거라는 사실을 앤젤리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길을 건너던 노인에게 재빨리 다가가

자애롭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던 어머니를 떠올렸다.

이탈리아 어느 해안 마을의 길 위에서 본,

개척자인 어머니의 모습을. p.206 (미시시피 메리 중)"



어쩔 수 없어진 일. 그러나 이것이 삶이었다고 인정하는 것.

이것은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잘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책의 아름다운 점은 상처를 가진 내가

또 다른 상처를 가진 당신을 위로하는 말들이다.


이 위로들은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건내지면서도

상대방과의 선을 넘지 않는 정중함 속에 표현 되는데

이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가진 역량 중 하나이다.


타인의 삶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람,

자신의 상처가 많아 함부로 상대의 마음 속을 헤집고 들어가지 않는 사람.

작가는 그런 인물들을 등장시켜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자네는 부친이 품위 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했고,

나는 자네 말을 믿네." p.33 (계시 중)


작가는 인물들의 대사와 사색을 통해

인간을 성장시키고 회복시키는 힘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상처가 있는 사람들은 다른 이의 상처를 직감적으로 이해한다.

함부로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한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아홉 편의 단편들이 합쳐지며

그들의 사연과 상처와 치유가 연결 된다.

이 이야기들이 나의 내면을 흘러가는 동안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한다.

더 좋은 사람이란 내 상처를 안고 타인의 상처를 쓰다듬는 사람,

언어로도 마음으로도 함부로 타인을 단정하여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사람 같다.





작가의 전작 [내 이름은 루시바턴]의 책장을 덮을 때

마음이 너무 먹먹해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이 책도 그랬다.

나는 이런 글을 쓰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많이 아낀다.



피할 수 없는 슬픈 일들이 오고 그것은 깊은 상처를 남기고

우리 삶에 끊임없이 영향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그것이 삶이었고 우린 살아가야 한다고.

인생의 행운에서 당신만 배제 된 것이 아니라고,

우리는 모두 그런 일들을 겪고

그럼에도 살아간다고 말해주는 책.



그래서 상처 속에서도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말이 된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북리뷰 영상 보기 (유튜브 해나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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