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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책장 Apr 13. 2020

인문학의 저주

내 글이 안 읽히는 이유 2

오래 업무를 하면서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의도하지 않고 편하게 글을 쓰면 내 글은 인문학을 좋아하는 일부 문학러들의 맞춤형 취저글이 된다.

사실 이게 불편하지 않았던 건

내 글을 보는 분들도 내 취향에 맞는 글을 쓰셨기 때문에

'어머 당신은 같은 세계 사람, 이런 책 좋아하시는군요.' 정도로 만족했기 때문에.

(잘 되려고 운영했던 채널들이 아니었다. 저스트 취미였음)


블로그를 오랫동안 하면서도 그랬고,

직선적으로 말하고 표현하는 것들을 불편해하는 성향이라

하고자 하는 말을 분명히 꺼내기보다

잔잔하게 뉘앙스로 돌려 말하는 대화 방식이 글에서도 녹아났다.


박준 시인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의뭉스러운 점이라며 자신의 화법을 표현한 적이 있는데

언어의 폭력성을 거부하고 싶은 의도라 했다.

이를 테면 이런 거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 장면, 소주잔에 소주 따라주며) "너 이거 마시면 나랑 사귀는 거다?"


"아니, 그냥 내가 술이 마시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그럼 너랑 사귀기 싫으면 이걸 그냥 뿌리나?

선택지를 두고 고르라고 상대방에게 던져주는 건 배려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대충 이런 맥락의 의도였는데) 나는 그걸 보며 너무 공감을 한 거다.

오 나랑 같은 세계 사람이야!!

상대방에게 선택권을 주고, 생각할 여지도 주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게 배려이고 존중 아냐?


그러나 그것은 관계에서는 유익하나 (난 이런 화법 덕분에 지인들과 거의 안 싸운다) 

마케팅에서는 저주에 가까웠다.


일 년 동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게 이렇게 성과가 없는 이유도(따흑 ㅠㅠ)

나의 직관적이지 않은 화법과 콘텐츠 선정 때문이 아닐까?

하는 진단을 하기에 이른 것.


잘 되는 채널들을 보면 이런 공통점이 있다.


1. 직관적이다.

2. 생각할 필요 없게 생각을 딱딱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3. 자기 계발 요소가 많다. (나는 성향 상 자기 계발 책을 안 좋아했다..)

4.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다른 채널 가서 부지런히 댓글도 달고.


자 이제 점검해보자 박해나.

이 중 네가 가진 요소는?

2... 2번? 문학 말고 브랜딩 교육 영상에서만...


인문학을 하면서 내가 숨 쉬고 풍요로움과 만족을 누린 부분은

스스로 생각할 여지가 많은 이 학문의 세계가 좋았던 거다.

문학을 읽고 인생을 읽고 사람들의 다양한 마음에 귀를 기울일 때

그들은 직관적이지 않았으나 나를 돌아보게 했고, 내가 고민하는 부분들에 다른 관점을 주었고,

이겨나갈 마음의 근육을 키워주었으니까...


그래서 인문학을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한 나는 그런 콘텐츠와 책들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고

영상도 너무나 즐겁게 만들었으나 결과가 저조했던 것.

그래도 난 인문학이 좋고,

직관적인 유튜버들보다 자기 취향이 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재미있다.




지금 나의 숙제는 나의 취향을 가지고 가면서도 조금 더 직관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


채널을 분리하며 채널의 정체성이 더 선명해졌다.

브랜딩은 업으로서의 성장과 증명

북 튜버는 취향으로서의 성장과 증명이기 때문에 갈 방향이 다른 것.


덕업 일치는 거품 같은 말이다.

아무도 덕업 일치로 행복하지 않다.

덕업 일치인 사람들도 자영업이라는 프레임이 끼면 

취향과 영향력으로 검증받아야 하고

수익으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트렌드와 반응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걸 지속하기 위해 오리처럼 끊임없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거다.

그러니 영상이 그렇게 성실하게 계속 올라오지.


그걸 인정하고 나니 되려 마음이 편해진다.

덕업 일치는 신기루일 뿐이다.




십이 년 차 기획자

병아리 창업자


십 년 넘게 일한 내공은 기획자라는 직군으로서 도움이 되는 정도다.

사업가로서 나는 병아리일 뿐.

인문학의 저주라는 제목을 썼지만 인문학을 사랑하는 내가

더없이 인문학적인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인문학적인 티키타카에 가장 풍요로움을 느끼는 내가

직관적인 세계에 조금 더 직관적인 방식으로 말을 걸어야 한다.


그걸 배워가기에 유튜브는 너무나 좋은 학교다.

그리고 나는 병아리 창업자이다.

이제 일 년 차.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도 시간이 쌓인 사람의 내력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3-4년 차 이상 된 유튜버들이 그렇게 잘하는 거다.

오래 사업한 사람들이 감이라는 게 발달한 거고.



결론 : 나만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조금 더 직관적이고 명쾌하게 녹여내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북튜버 해나를 만나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 @hannahbookshelf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hannel/UCLeZshGpuYhe_AnjHiErUVg?view_as=subscriber





기획자 해나를 만나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 @hannahbookshelf_branding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hannel/UCuTG6kFY3AAHvNv32RdRi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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